'삼성 비자금' 폭로 여파 기업들 연수생 채용에 소극적<BR>'삼성 비자금' 폭로 여파 기업들 연수생 채용에 소극적
| 26일 사법연수원에서 사상 처음으로 취업박람회가 열렸다. 대한항공 관계자들이 사법연수원생들에게 기업 변호사의 역할과 근무환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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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법연수생 취업박람회 가보니…
기업참여 저조 예상보다 '썰렁''삼성 비리' 폭로 여파로 10대기업선 3곳만 참여인성·적성검사 강화로 부스면접 요식행위 가능성사내변호사 위상 추락에 연수생들 불안감도 커져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co.kr
26일 사법연수원에서 사상 처음으로 취업박람회가 열렸다. 대한항공 관계자들이 사법연수원생들에게 기업 변호사의 역할과 근무환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겉으로는 환영한다는데 속으로는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지…(구직 중인 사법연수원생 A씨)"
26일 경기도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취업박람회 첫날은 최근 삼성그룹의 비리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 파문 여파 때문인지 예상보다 '썰렁'했다.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법연수원생들은 관심을 보였지만 기업들의 참여는 저조한 편이었다.
◇첫 사법연수생 취업박람회 '썰렁'=지난해까지는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사법연수원을 찾아 설명회 위주로 변호사 채용에 나섰지만 올해부터는 참여 기업들이 3일 동안 부스를 마련해 현장에서 면접 등을 하는 취업박람회 형식을 처음 도입했다. 사법연수원의 윤성식 교수는 "지금까지의 취업설명회가 다소 형식적이었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부터는 기업이 부스를 마련해 직접 즉석에서 면접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은 이에 따라 올해 박람회에서 직접 취업까지 이어지는 등 성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김 변호사 파문으로 인성ㆍ적성 면접 등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어서 박람회가 자칫 요식행위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개별 기업별로 연수 부스를 찾아오는 연수생은 많지만 회사 내부적으로 채용규모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김용철 파문도 있고 해서) 부스에서 면접이 이뤄지더라도 회사 내부적으로 (적성이나 인성 등을) 더 확인해서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10대 기업으로는 삼성 등 3곳만 참여=이번 박람회에 참여한 기업은 삼성ㆍLG전자 등 10여곳. 그러나 10대 대기업으로는 삼성ㆍLG전자ㆍ한화 등 3곳뿐이다. 특히 삼성은 부스를 설치하지 않고 설명회에만 참여했다.
공공기관의 참여도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박람회에는 법원ㆍ검찰을 포함, 헌법재판소ㆍ해양수산부ㆍ국방부ㆍ노동부 등 정부기관과 율촌 등 법무법인 11곳이 참여했다. 부스와 설명회를 모두 개최한 곳은 국방부와 노동부, 법무법인 로고스, LG전자 등 10곳에 불과했다.
채용규모도 삼성그룹 정도만 전년보다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대부분의 기업들은 동결하거나 아직 규모를 확정짓지 못하는 분위기다. 삼성그룹 법무팀의 한 관계자는 "전년보다 채용규모를 더 늘려 10여명 가까이 채용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성적 외에 심층면접을 통과해야만 채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하더라도 심층면접 등 최종 합격까지는 일반 취업생들만큼 험난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 변호사 파문 이후 기업들이 사내변호사를 바라보는 변화된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수원생들 근심 늘어=이날 박람회에 100여명의 연수생들이 부스를 돌며 채용기준 등에 대한 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김 변호사 파문 탓인지 사내변호사 위상 추락에 대한 연수생들의 불안감이 매우 커진 듯했다. 연수원생 B(여)씨는 "기업들이 여전히 오너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게 현실인데 사내변호사로 채용돼도 (김 변호사처럼) 그런 환경에 동화되지 않겠느냐"며 "개인의 힘으로 기업의 투명경영에 앞장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보인다"고 걱정했다.
일부 연수원생들은 법대 출신으로서의 한계, 기업 조직 안에서의 적응 문제를 걱정하기도 했다. 연수원생 C씨는 "막상 진로를 결심하기는 했지만 기업 안에서 변호사라는 직책으로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입력시간 : 2007/11/26 1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