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자본유출 부추기는 국내 교육 불신

해외 유학에 따른 교육비지출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의 신학기 등록시즌인 8월의 경우 지난 2000년 1억3,390만달러 수준이던 유학ㆍ연수 목적 대외송금액이 올해는 3억300만달러에 이르렀다.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1년새 29%나 불어난 수치다. 물론 우리 경제 규모가 커지고 국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세계시장의 상황을 감안할 때 해외 유학이나 연수 증가는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기초학문이나 원천기술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해외 유학과 연수를 꾸준히 늘려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자녀 유학은 조금 양상을 달리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우선 갈수록 조기유학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00년 이후 초ㆍ중ㆍ고교생의 조기유학 흐름을 살펴보면 중학생이 36.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수시로 바뀌는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불안과 감당하기 힘든 사교육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조기유학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교사 자녀들의 조기유학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국내 교육에 대한 교직자의 불신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시도교육청 소속 교사 자녀 가운데 유학생은 1,200여명에 이르고 있고 3분의1은 조기 유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일선에 있는 교사들마저 우리 교육의 현실과 장래의 대학교육에 대해 불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욱이 최근 증가하고 있는 자본유출의 상당 부분이 자녀 유학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돼 해외교육이 자본유출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조기 유학생들이 해외에서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쉽지 않은 실정이고 귀국도 꺼려해 궁여지책으로 부모들이 거액의 송금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청년실업문제와 우리경제의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인력과 함께 자금마저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최근 급증하는 ‘환치기’가 미국ㆍ호주ㆍ일본 등 선진국 거래에서 빈발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분적으로는 유학 자녀들에 대한 송금일 수 있다는 의문을 낳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더 이상 공교육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교육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육개혁은 교육기관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수요자 중심의 교육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학입시제도 변경만으로는 교육개혁이 이뤄질 수 없다. 과감한 교육개방으로 국내 교육기관의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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