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회는 위기 다음에 온다 … 반드시 PGA 진출할 것”

HSBC챔피언스 디펜딩 챔피언 양용은 독점 인터뷰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1년 전 한국골프사에서는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세계무대에서 무명에 가깝던 한국선수가 타이거 우즈를 제치고 깜짝 우승을 터트린 것이다. 최경주도 아직까지 우즈라는 산을 넘지 못했던 당시, 그것은 기적과도 같은 이변이었다. 그렇게 세상을 놀라게 하며 등장한 인물은 일본 JGTO에서 활동중이던 양용은(35?테일러메이드). 1997년 프로선수로 데뷔해 2004년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7년간 국내무대에서 별다른 두각을 보이지 못했던 그가 일본진출 후 4승을 엮어내더니 급기야 유럽투어 HSBC챔피언스 우승을 통해 세계적인 선수로 변신했다. 이후 주무대로 삼았던 미국 PGA 투어를 떠나 유럽투어로 궤도를 수정하는 진통이 있었지만 양용은은 여전히 건재하다. 지난달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 코오롱 하나은행 한국오픈에서 비제이 싱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것이다. HSBC챔피언스 우승을 통해 확보한 유럽투어 카드를 손에 쥐고 PGA 투어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고 있는 그는 8일부터 중국 상하이 서산인터내셔널골프장(파72?7199야드)에서 열리는 아시안투어 겸 유럽투어 HSBC챔피언스에 출전해 2연패를 노린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은 오랜만에 고국무대를 찾은 양용은을 만나 PGA 투어를 향한 고군분투 중인 그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들었다. 김재열 SBS 골프해설위원과 함께 최정상 골프 스타를 만나는 ‘골프 토크’ 코너에서 양용은은 자신의 유럽투어 도전기와 우승에 숨은 뒷이야기, 앞으로의 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다음은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11월호에 게재된 양용은 인터뷰 내용 일부. <양용은 프로필> 양용은(Yang, Yong Eun) 생년월일_1972년1월15일 프로 입문_1996년(KPGA) JGTO 진출_2004년 EPGA 진출_2007년 신장_177cm 체중_88kg 계약_테일러메이드, 르꼬끄골프 가족관계_부인 박영주씨와 3남 현우, 이수, 경민. 최고기록_통산 7승, 2004, 2006 한국프로골프대상 최우수선수상 김재열_ HSBC챔피언스 우승 후 국내 대회에 참가한 것은 이번 한국오픈이 처음이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하다 한국에 와보니 어떤 차이가 있는가. 양용은_ 코스와 기후에서 큰 차이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은 코스에 러프가 길게 자라있고, 날씨가 쌀쌀하면서 비바람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비거리가 많이 나지 않는다. 반면에 한국은 코스에 러프가 별로 없어 드물게 출전해도 경기운영에 어려움이 없다. 이번 한국오픈에서는 러프가 좀 있다고들 했지만 그 정도를 러프라고 할 수 없다. 어쩌다 러프를 만나도 한 클럽이나 두 클럽 길게 잡는 것으로 해결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러프에 빠지면 곧바로 그린에 올릴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재열_ 볼이 러프에 들어갈 경우 플레이는 어떻게 하나. 양용은_ 대부분 선수들은 볼이 러프로 가면 그린에서 50~100야드 정도 거리로 볼을 가져다 놓고 레이업해서 친다. 또한 러프는 페어웨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린 주변에도 러프가 있기 때문에 그린 주변 러프에 대한 거리도 고려해야 한다. 김재열_ 그런 이유들로 경기운영도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세컨드 샷이 가장 중요하다면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서드 샷이 관건일텐데. 양용은_ 그린에서 70~80야드가 가장 중요하다. 100야드 거리에서 버디를 위해 세컨드 샷을 하는 것과 파를 위해 서드 샷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게임이다. 같은 100야드 거리라도 잘 해야만 파를 할 수 있는 샷과 이번에 실패해도 파를 할 수 있는 샷의 중압감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버디가 몇 개 나오느냐보다 그린 주변에서 얼마나 파세이브 할 수 있느냐가 이븐과 언더파를 가른다. 김재열_ 본인은 이번 시즌에 유럽과 미국 코스에 적응해가고 있지만, 그곳 선수들은 짧게는 2~5년부터 길게는 10~15년 정도 경험하며 적응했을 것이다. 양용은_ 스티브 스트리커(미국)와 같이 플레이하면서 그것을 실감했다. 그는 샷이 훌륭하거나 기량이 뛰어난 골퍼는 아니었지만 그린에 올라가면 언제나 1퍼트로 마무리했다. 물론 미국 그린에 적응해 있어 가능한 부분이지만 그린에 못 올려도 파를 해냈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나보다 짧지만 볼이 러프에 빠지면 그린까지 180~200야드 거리에서 50~100야드 거리로 갖다 놓고 파를 만들었다. 50~80야드 거리의 서드 샷으로 파를 만들어내는 선수는 많은 경험을 통해 실패도 해본 이들이다. 물론 우리도 성공시킬 때가 많지만 아직은 실수가 많고, 하루에 2~3타씩만 차이가 나도 4일이면 10타차로 격차가 커진다. 김재열_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투어 발전을 위해 이제 한국도 러프를 조성해야 한다. 골프장이 부족해 아마추어들의 플레이 시간을 제한하는 현실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그렇게 할 경우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양용은_ 물론이다. 외국 선수들도 1년에 25개 대회를 하니까, 1년에 15개 대회가 열리는 국내 투어에서 미국 유럽과 같은 러프를 조성한다면 경기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단, 러프를 조성한다면 최소한 페어웨이 잔디와 비교해 10cm 이상 길어야 한다. 나는 볼이 깊은 러프로 들어가면 워터해저드에 빠졌다고 간주한다. 무사히 탈출해 세이브하면 파지만, 잘못하면 보기가 된다. 그러므로 티샷도 아주 정교해야 한다. 김재열_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문제가 없나. 탄도도 낮은 편인데. 양용은_ 비거리는 별 문제 없다. 대신 탄도는 조금씩 높이고 있는데 볼이 굴러서 러프로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해서다. 또한, 미국에서는 볼을 그린에 멈추게 하려면 아이언샷도 높은 탄도가 필요하다. 비가 많이 내리는 유럽은 볼이 그린에 멈춰서는 편이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김재열_ 현재 미국에서 유럽으로 활동무대를 옮기고 적응기를 갖고 있는데 올 시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양용은_ 올해는 이런저런 부분을 감안할 때 무난히 해왔다고 생각한다. 그곳의 코스 경험이 적기 때문에 아직은 경험부족에서 오는 실수가 많을 뿐이다. 미국 선수들이라도 타이거 우즈를 제외하면 PGA 투어에 입문해서 단기간에 우승을 기록한 선수가 없지 않나. 김재열_ 결국은 모든 것이 경험이다. 한국이나 아시아 코스가 입력되어 있던 머릿속에 유럽과 미국의 코스에 대한 지식이 채워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양용은_ 한국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연습하면 되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경험이 필요하다. 한국은 러프가 없기 때문에 5년 전과 비교해도 코스에 큰 변화가 없다. 미국은 같은 코스라도 어느 러프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내가 플레이해야 할 상황과 공략법이 달라진다. 김재열_ 위창수도 PGA 투어에서 장타만 날리면 최고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경험담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는 그린까지 200야드가 남더라도 페어웨이에 떨어뜨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양용은_ 최경주 선배 역시 페어웨이 적중률을 높이기 위해 드라이버샷 구질을 페이드로 바꾼 걸로 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볼을 잘 치는 것보다 코스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어떻게 이 홀을 공략할지 계산하며 볼을 잘 ‘몰고 다니는’ 것이 중요하다. 김재열_ 올해 적응기를 보내고 있으니 내년까지 하면 어느 정도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드는가. 양용은_ 항상 위기 다음엔 기회가 오고, 기회 다음엔 위기가 온다. 위기보다 잘 오지 않을 뿐 기회는 언제나 온다. 지금껏 골프를 해오면서 골프는 수비를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수비가 곧 공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년 정도 해보니 이제는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김재열_ 일본에서 활동할 때와 비교해 심리적으로 차이가 있다면. 양용은_ 일본에서는 랭킹이 3~4번째 드는 톱랭커였다.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에서는 그쪽 선수들에 비해 뒤쳐지는 듯한 느낌에 위축되기도 했다. 세계랭킹 톱5를 오랫동안 유지하거나 상위권에 오르내린 선수들을 보면서 이 선수들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그러나 톱랭커들도 단기간에 그 자리까지 올라간 선수들은 없으므로 나 역시 다시 올라갈 기회를 만들면 된다. 그들과 경쟁하며 나 자신을 발전시켜나갈 것이다. 김재열_ 기술적인 면에서 본인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양용은_ 지난해까지 일본에서 평균퍼트수 부문 2위에 올랐을 정도로 퍼트실력이 좋았다. 그린에 볼을 올리지 못해도 파 세이브에 자신이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다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그마저도 잘 안됐다. 지난해의 경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잘 했던 것 같고 그런 자신감을 다시 회복하고 있다. 김재열_ 본인의 골프 인생에서 지금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양용은_ 당장 내년 시즌 미국으로 가지 못할 수도 있지만 2009년까지 유럽투어에 출전할 수 있다. 하지만 내 골프인생에서 미국이나 유럽에서 다시 우승하지 못한다고 해도 나는 새로운 무대에 도전했고, 지금의 도전을 통해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한국이나 일본으로 돌아가더라도 지금의 경험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김재열_ 해외무대를 경험해본 입장에서 후배들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어느 정도 재정적인 부분이 해결된다면 후배 선수들이 미국으로 빨리 진출하는 게 좋을 것 같은가. 양용은_ 한국이나 일본에서 경험을 쌓고 가겠다는 선수들도 있지만 되도록 빨리 건너가는 게 좋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차피 도전하는 것 아닌가. 현재 국내에서 잘하고 있는 김경태나 배상문, 홍순상 등 20대 후배들은 어느 정도 여건만 충족한다면 미국으로 가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정규투어가 어렵다면 2부 투어라도, 그마저도 안 된다면 2~3개월 전지훈련이라도 동남아시아가 아닌 미국 쪽으로 가길 권한다. 김재열_ 미국에는 잭 니클로스 대회를 비롯해 3~4만달러 규모의 미니 투어가 많다. 이들 투어도 경험해볼 만하다. 양용은_ 결혼하고 가정을 꾸린 선수들은 어려울 수 있지만 혼자인 상태로 무엇을 해도 괜찮을 나이라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신한동해오픈에서 짐 퓨릭이 언더파를 연속해서 기록했듯이 깊은 러프를 경험하고 나면 국내 코스는 더 쉬워진다. 김재열_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로 가기 전 제주공항에서 마주쳤던 것을 기억한다. HSBC챔피언스에 참가한다기에 ‘잘 하고 오라’고 인사했었는데 이변을 연출했다. (웃음) 우승 비결이라면. 양용은_ 볼이 잘 맞았다. 여느 때보다 10m 이상 멀리 나갔고 파5 홀에서는 370m까지 보내기도 했다. 캐디가 세컨드 샷 지점에 갔는데 볼이 예상지점보다 너무 멀리 떨어져 쉽게 찾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런 샷 감각이 나흘 내내 이어졌다. 김재열_ 지난해에는 시즌 내내 상승세를 이어가며 전성기를 열었다. 당시 한국오픈 우승도 셋째 돌잔치 하러 와서 우연히 안아간 보너스였지 않은가. 양용은_ 그렇다. 원래 일본에서 대회 스케줄이 있었는데 셋째 경민이의 첫돌과 겹치면서 일정을 변경했다. 우리 가족에게는 마지막 돌잔치이기에 내가 한국에 왔고 겸사겸사 대회에도 출전한 것이다. 돌잔치를 월요일에 당겨서 치렀는데 그날 기분이 좋아서 주변에서 권하는 술을 마다하지 않고 받아마신 게 소주 서너병은 됐다. 이튿날 연습 라운드를 해보니 동반한 선수들보다 10야드는 짧게 나가더라. 그런데 프로암을 하고 본경기에 들어가자 첫날부터 잘 풀렸고 결국 우승했다. 김재열_ 아버지한테 술을 먹이고도 우승을 안겨줬으니 막내아들이 복덩어리 같다. 양용은_ 아무래도 복덩어리가 맞는 것 같다. 지난해 돌잔치 하러 오기 직전에도 일본 산토리오픈에서 우승했고 돌잔치에 와서 한국오픈 우승을 거뒀다. 또한 한국오픈 우승으로 HSBC챔피언스 출전자격을 갖게 된 데다 그 대회 우승으로 유럽투어 카드까지 확보했으니 유럽진출에 막내가 결정적인 기여를 한 셈이다. 경민이는 태어날 때도 우승을 안겨줬다. 출산하기 전 귀국해 참가했던 아시아나 시합에서는 예선 탈락했지만 경민이를 낳고 돌아가 그 다음주에 참가한 코카콜라 도카이클래식에서 곧바로 우승한 것이다. 셋째는 그렇게 태어나면서부터 네 번의 우승과 유럽진출의 기회를 안겨줬다. 김재열_ 그런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하느라 이 자리도 출국 직전에야 어렵게 마련했다. 가족들과는 자주 연락하는가. 양용은_ 화상채팅을 통해 아내와 아이들 얼굴을 매일 본다. 시차가 있어서 첫째가 학교에 가는 것을 보고 잠들고, 아이들이 잠들기 전 모습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제 미국에 집을 마련해 아내와 아이들이 그쪽으로 올 것이고, 나도 시즌을 마치면 당분간 함께 지낼 예정이다. 김재열_ 올 시즌 남은 계획은. 양용은_ 11월말 오메가 미션힐스 월드컵까지 유럽투어 일정을 마무리하면 PGA 2차 퀄리파잉스쿨에 출전하기 위해 곧바로 미국으로 간다. 퀄리파잉스쿨이 끝나면 내년 스케줄을 확정짓고 다음 방한일정도 생각해볼 것이다. 정리_박정빈 기자(서울경제 골프매거진) <우승 및 수상기록> 1997 KPGA 투어 데뷔 한국프로골프대상 신인상 2002 KPGA SBS프로골프최강전 2004 JGTO 선크로렐라클래식 JGTO 아사히-료쿠겐 요미우리 아소-이주카 대회 한국프로골프대상 최우수선수상 2005 JGTO 코카콜라 도카이클래식 2006 KPGA 한국오픈 JGTO 산토리오픈 EPGA HSBC챔피언스 한국프로골프대상 최우수선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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