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예결위를 상설화하라(사설)

정기국회는 예산국회로 불린다. 국회기능의 핵심이 예산심의 임을 상징하는 일컬음이다.그러나 불행하게도 국회는 제대로 예산심의를 해본 적이 별로 없다. 국회의 예산심의는 변칙과 파행끝에 날치기 통과가 일쑤였다. 군사정권시절 정부 여당을 견제할 수단이 미약했던때 야당들은 예산안의 통과를 볼모로 삼아 정치투쟁을 벌이곤했다. 현정부 출범이후로도 그런 체질을 완전히 벗지는 못했다. 올해 예산국회에서도 벌써부터 그런 조짐이 일고 있다. 야당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비준동의안을 비롯 안기부법개정안, 각종 제도개선관련법안의 처리를 예산심의와 연계시키려는 전략을 취할 움직임이다. 국회는 지난 4일부터 예산심의에 들어가 7일에는 95년도 정부의 세입세출 결산과 예비비에 대한 심의를 마치는등 아직은 순조롭다. 그러나 다음주부터 여야간 정치공방이 본격화하면 예산안심의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된다. 일반회계 71조6천20억원의 내년도 정부예산안은 올해보다 13.7%가 늘어났다. 특별회계를 포함할 경우 98조원으로 올해의 85조원보다 15.6%가 늘어나 긴축예산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내년도의 국민조세부담률도 21.6%로 올해의 21.2%보다 높은데 내년 경제상황이 올해보다 나빠지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어서 징세강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밖에 각종 국고보조금의 과다책정, 15조원에 달하는 기금운용등 예산국회가 따져야할 부분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같은 문제점들을 제대로 심의해 개선책을 찾으려면 1년내내 심의를 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러나 법정처리시한이 12월2일이어서 예결위가 풀가동되더라도 한달 남짓이다. 이 기간동안이라도 집중심의가 이뤄지면 다행이겠으나 정치공방으로 허비하고 날치기 처리를 해온 것이 그동안의 행태였다. 예결위의 한 야당의원이 95년도 결산심의를 마치며 『국회의원이 귀신이냐. 쌓아놓으면 1백30㎝나 되는 결산자료를 언제 다 보고 심의하느냐. 의원들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질의했고 장관들은 요령을 본분으로 답변했다』고 실토한 것은 예산안 심의수준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국회는 이제부터라도 예산안 심의제도개선에 발벗고 나서야한다. 예결위의 상설화는 그중에서도 시급한 일이다. 심의의 심도를 높이는데 필수불가결한 결산심의를 강화하기 위해 결산위의 독립문제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예산을 삭감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오히려 불려놓기 일쑤인 상임위의 예산심의는 없애는 편이 낫다. 겉핥기 국정감사에 쏟는 노력도 예산심의에 돌려져야한다. 예산심의가 바로 국정감사이기 때문이다. 국회는 정치관련 제도개선문제를 예산심의의 볼모로 삼는 건 옳지 않다. 먼저 예산심의 제도부터 개선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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