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때마다 대기업을 위주로 한 성장정책의 한계가 거세게 지적되고, 급증하는 중소기업 도산사태에 대한 긴급대책이 대통령의 특명으로 강구되는 것이 한국 경제행정의 관행이다.역대 대통령과 통상산업부 장관이나 경제부처 장관치고 취임사에서 중소기업의 중요성과 지원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천명하지 않은 사례가 없다.
특히 크고 작은 선거철만 다가오면 중소기업 육성대책은 요란한 선거용 단골 구호가 되고 있다.
올해말에 있을 대선의 경우도 예외일 수 없어 여야 정당은 물론 각 후보마다 자기 정당과 자기만이 중소기업을 살리고 육성할 의지와 전략을 가지고 있으니 지지해달라는 호소가 이미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헌정사나 60년대초부터 시작하여 오늘날에 이르는 경제정책을 되돌아볼 때 중소기업의 문제가 선거구호나 행정부의 육성대책만으로 쉽게 해결되고 육성되지 않는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오히려 정치인들의 상습적인 구호로서의 중소기업 육성론이나, 정부가 행정업무의 한 부분으로 강조해온 중소기업 지원대책은 중소기업의 자생적 성장기반을 스스로 조성하는 자조, 자구의 노력을 저해하고 정부의 대책에만 의존하는 타성을 조장해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중소기업의 특성과 강점은 자생력에 있다.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 기술을 혁신하고,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고객만족 위주로 높여가고, 새로운 시장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해가는데 혼신의 힘을 쏟기 때문에 경쟁력을 스스로 강화해가는 것이 바로 중소기업의 참모습이다.
역설적일지 모르지만 최선의 중소기업 육성책은 중소기업인들에게 그들의 문제를 그들 스스로가 해결하도록 맡겨버리는데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근 붐을 타고 있는 벤처(venture)기업 창업활동을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 모처럼 젊은이들이 그들 나름대로의 창의력과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하겠다는 자조, 자립, 자생의 기업가정신을 정부의 개입으로 약화시키고 종전과 같은 정책의존심만 조장하지 않을까 염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