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한·중정상회담과 외교안보 과제

이희옥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성균중국연구소장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이 이번주 국빈방문한다. 소치 올림픽을 계기로 러시아를 방문한 것을 제외하면 최초의 단독 해외순방인 셈이다. 여기에 여러 차례 만남을 통한 양국정상의 인간적 신뢰는 좋은 대화 분위기를 만들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들어 한중관계는 '문제없는 것이 문제'라는 말처럼 안정적이었다. 문제는 역설적이게도 양국관계를 둘러싼 안보환경은 과거와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점이고 심지어 중일관계 악화, 북핵실험에 따라 한중관계가 상대적으로 좋아 보이는 착시현상도 있다. 이런 점에서 한중관계에 존재하는 외교 안보 이슈들을 차분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 안보구조 협의하는 새 실험대


우선 양국관계를 '전면적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시키는 문제다. 한국은 이 과정에서 한미동맹을 의식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통해 양자관계를 넘어 지역과 국제 문제를 함께 논의하는 틀을 만들고자 할 것이다. '전략'에 대한 공유된 인식이 필요한 부분이다.

둘째 통일 문제다. 한국 정부는 통일정책과 비전을 설명하면서 한반도통일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지지를 구할 것이지만 중국은 예의 대화와 협상, 자주와 평화적 방식을 강조하면서 향후 전개될 한반도 안보질서를 폭넓게 고려할 것이다.

셋째 북핵 문제다.


한국은 북한도발 방지와 '진정성 있는' 조치를 지켜보면서 6자회담에 접근하는 신중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큰 반면, 중국은 '문턱'과 '성의'를 낮춰 6자회담을 통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할 것이다.

관련기사



넷째 아시아 다자안보협력 문제다. 한국은 아시아 패러독스를 극복하기 위해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강조할 것이지만 '아시아 안보는 아시아 스스로 지킨다'는 신아시아안보관에 대한 한국의 협력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다섯째 일본의 역사왜곡과 우경화 문제다. 중국은 일본의 역사 문제와 우경화에 대처하기 위한 단일한 입장을 제의할 것이지만 한국은 한일관계에서 안보 문제와 역사 문제를 분리하면서 다소 다른 해법을 제시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미동맹 문제다. 중국은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우회적으로 한미군사훈련과 동북아 미사일 방어체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한국은 '북한위협'의 실재를 강조하면서 이를 우회할 것이다.

공동이익 위해 미·북 변수 한계 넘어야

이렇게 보면 이번 한중정상회담은 한반도 안보구조를 협의하는 새로운 실험대이며 전략관계를 내실화하는 분수령이다. 중국은 '운명공동체'로 명명한 한국을 북중관계의 틀 밖에서 포용하고자 할 것이고 한국도 한중관계를 한미관계의 경직된 틀 내에서 사고하지 않은 '유연한 외교'를 선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회담을 통해 당장에 군사협력과 다자안보협력 등에서 손에 잡히는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제4차 핵실험에 대해 명확한 반대,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인류 보편적인 인식에 기초한 공동대응,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에 대한 협력, 전략대화의 내실화, 북한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인식의 공감대가 확보된다면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것은 양국이 공동회피(common aversions)를 넘어 공동이익을 위해 협력하고 한중 양국이 북한과 미국 변수에 갇혀 양국관계 발전이 한계가 있다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