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서해안 벨트'가 중국의 부상과 맞물려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인천 송도에서 시작되는 '서해안 삼성벨트'는 평택 고덕국제신도시와 천안ㆍ아산을 거쳐 전북 새만금까지 이어지며 중국 내 삼성의 주요 생산거점인 웨이하이(威海)와 톈진(天津), 쑤저우(蘇州) 등을 마주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인천 송도부터 새만금에 이르는 광대한 서해안 삼성벨트를 구축하며 삼성의 서해안시대를 그려나가고 있다.
서해안 삼성벨트의 출발은 인천 송도다. 서해안 꼭대기에 위치한 이곳에서 삼성은 현재 바이오시밀러 생산단지 1공장을 건립하고 있다. 삼성은 이곳에 오는 2017년까지 총 2조1,000억원을 투자, 제2공장과 R&D센터 등 삼성 바이오단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송도에서 내려온 삼성 서해안 벨트는 수원과 용인 기흥, 화성으로 연결된다. 수원은 현재 R&D센터로 탈바꿈되고 있으며 기흥과 화성은 삼성의 반도체 근거지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삼성이 선택한 근거지는 평택 고덕국제신도시다. 삼성은 이곳에 약 100조원을 투자해 태양광, 최첨단 반도체 라인, 의료기기 등의 시설을 갖춘 삼성 전용 산업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평택에 조성되는 삼성 전용 산업단지는 규모가 무려 395만㎡(약 120만평)으로 현재까지 가장 큰 규모다. 삼성은 현재 평택단지에 세부적으로 어떤 업종을 넣을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평택에서 내려온 서해안 삼성벨트는 천안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천안, 아산 탕정, 아산 온양 등에 삼성전자ㆍ삼성SDIㆍ삼성코닝정밀소재ㆍ삼성디스플레이 등이 거대 공장터를 형성하고 있다. 천안과 아산은 남부권의 대표적인 삼성타운이다.
천안과 아산을 거쳐 내려온 벨트는 전북 새만금까지 이어진다. 삼성은 전북 새만금 내에 올해부터 2025년까지 1단계로 7조6,000억원을 투자해 풍력발전기와 태양전시ㆍR&D센터ㆍ주거시설 등을 건설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새만금은 먼 미래를 본 삼성의 투자로 이곳에는 삼성전자ㆍ삼성중공업ㆍ삼성SDI 등 주요 계열사들이 향후 둥지를 틀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특히 새만금의 경우 중국의 연해도시들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위해 대규모 생산단지를 확보할 적지로 보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새만금은 중국 수출입과 제품생산 공조 등 대중 비즈니스의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삼성의 서해안 벨트 구축은 최근 들어 중국경제의 급부상에 따라 탄력이 붙고 있지만 이미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의 "먼 미래를 보고 공장부지를 확보하라"는 평소 지론에 따라 오래 전부터 진행돼왔다는 것이 삼성 측의 설명이다.
고 이 회장의 이 같은 지론은 삼성의 공장부지 확보 때 불문율이 됐다. 공장 부지는 당장의 상황보다 10년 뒤, 20년 뒤 세계 1등이 됐을 때를 고려해 '통 큰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삼성이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원칙의 핵심이다.
이 같은 원칙에 입각해 이건희 삼성 회장은 2010년 경영복귀 이후 삼성의 미래를 그리며 잇따라 신규 공장부지를 확보해나가고 있는데 그 중심에 '서해안'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오래 전 천안사업장 순시 당시 부지가 포화돼 건물신축 등이 어려운 것으로 보고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결정이라고 CEO들을 질타하는 등 글로벌 1등을 염두에 둔 부지확보를 늘 강조해왔다.
이 회장이 이처럼 서해안 삼성벨트를 그려나가는 것은 공장 및 사업장 간의 유기적 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서해안 벨트는 서해안을 타고 쭉 내려오게 형성돼 있다"면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삼성의 사업장들이 한데 어울려 시너지를 내는 데 매우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이 바라는 '통 큰 부지'가 서해안 일대에 있는데다 서해안이 대중 전초기지라는 점에서 삼성의 서해안 벨트는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