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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향기] <53> 삼성동 봉은사


조선시대의 사상을 일컬어 '숭유억불(崇儒抑佛)'이라고 하지만 불교도 여전히 번성했다. 불교가 '현실 도피'를 이유로 공격당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말살하는 차원은 아니었다. 훌륭한 승려가 많이 나왔고 사원 건축도 활발했다. 지금 남아 있는 대부분의 건물은 조선시대에 지은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국 역사에서 종교전쟁이라는 개념은 낯설다. '억불'이라고 해도 고려 말과 같이 사원의 세력이 지나치게 팽창함으로써 사회 문제를 발생시키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대개 정치·경제가 앞장서고 이념은 이를 합리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의 강남 한복판에 있는 봉은사가 대표적이다. 연산군 4년(1498년) 부친인 성종릉(선릉)을 위해 기존에 있는 사찰을 크게 다시 짓고 봉은사라고 이름도 바꿨다. 이후 이곳에서 승과시(僧科試·승려 과거시험)를 치렀다. 나중에 임진왜란 때 활약하는 서산·사명 두 대사도 여기서 등과했다고 한다. 사진은 봉은사 내 '판전(板殿)'의 모습. 여기에는 화엄경 등 다수의 불경 목판본이 보관돼 있다. 판전이라는 편액은 추사 김정희가 1856년 별세하기 3일 전에 쓴 것으로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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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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