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사고 대응 매뉴얼이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지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처럼 승무원들의 원칙을 벗어난 행동이 세월호 참사를 불렀습니다."
김광수(57·목포해양대 해상운송시스템학부 교수·사진) 해양환경안전학회장은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항선사와 선원들의 안전불감증과 이른바 '선원정신(seamanship)'의 결여가 비극을 낳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예전에 대형 해양사고를 겪으면서 사고 예방과 해난구조에 관한 제도와 시스템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해왔다"며 "다만 사고 직후 가용장비와 인력을 제때 총동원하지 못해 초기 인명구조에 실패한 점에서 나타나듯 해난 대응시스템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에 몸담기 전인 지난 1980년부터 10년 동안 미국 MOC 등 국내외 해운사에서 항해사와 해무관리를 담당했다. 그가 벌크선·유조선 등의 항해사를 거치며 몸으로 터득한 교훈은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
김 회장은 "비상계획이 있더라도 실행하지 않고 준수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며 "이번 참사의 핵심원인은 기본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출항시 화물 적재량 초과 및 적재상태 불량, 구명설비 미비, 선박 증축에 따른 복원력 보완 소홀 등 운항의 핵심안전사항, 원칙을 모두 무시한 결과였다는 설명이다.
사고 후 원칙 없는 대응도 지적했다. 승무원들의 어이없는 대응과 엉망인 해상관제체계로 승객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허비했다는 것이다. 선장은 비상시 조치해야 하는 승조원의 역할을 명시한 비상부서배치표(station bill)에 따라 평상시 소방·구명정 훈련을 해야 하며 실제상황에서 선원들은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김 회장은 "항해사·기관사 등 모두 비상부서배치표에 따라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하는 것은 승조원의 기본"이라며 "세월호 선원들은 사실상 스스로 선원임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른바 선원정신은 단순히 배를 조종하는 기술을 넘어 선원으로서 갖춰야 할 책임감과 정신력을 의미하는데 이런 직업적 윤리가 없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선원정신의 결여가 당사자의 가치관뿐 아니라 자긍심을 주는 정신교육, 합당한 처우가 부족했던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영난을 겪는 내항선사들의 부당한 대우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연안을 오가는 내항선업계에 대한 정비·지원이 본격화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해양환경안전학회는 해상안전 증진과 해양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학술연구를 목적으로 1994년 설립됐으며 해양대 교수, 해양과학기술원을 비롯한 연구기관 소속 연구자 등 600여명이 회원으로 있다.
김 회장은 "해상안전사고 예방과 재난구조시스템에 대해 다시 검토해보고 대안도 내놓을 것"이라며 "정부가 일관성 있고 신속한 해난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