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표는 유씨의 지시를 계열사 사장들에게 전달하며 횡령·배임 행위를 직접 지휘한 핵심 심복으로 알려졌다.
25일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유씨의 경영 승계자로 알려진 유씨 차남 혁기(42)씨와 함께 계열사 경영을 주도했다.
검찰은 1997년 세모 부도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유씨가 김 전 대표와 혁기씨를 통해 사실상 계열사 사장들을 지휘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 6월 중순 인천지법에서 열린 송국빈(62) 다판다 대표 등 유씨 측근 8명에 대한 첫 재판에서 김 전 대표를 유씨의 경영 대리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인천지검 특수부 이진호 검사는 당시 재판에서 “유씨는 모든 계열사 의사 결정 과정의 정점에 있으며 김 전 대표와 김동환(48) 아이원아이홀딩스 이사 등을 통해 권한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계열사 사장과 임원들은 유씨가 (김 전 대표 등을 통해) 돈을 달라는 요구를 하면 거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송 대표 등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된 유씨 측근 8명의 공소장에 적시된 거의 모든 범죄 사실에 유씨와 혁기씨 외 김 전 대표가 공범으로 등장한다.
계열사 대표 8명 중 일부는 1심 재판에서 혁기씨와 김 전 대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변기춘(42) 천해지 대표 등은 김 전 대표의 지시를 받아 범행을 저질렀다며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변 대표 측 변호인은 당시 첫 재판에서 “공소 사실 중 자금 흐름에 관한 부분은 인정하지만 피고인은 월급쟁이 사장에 불과했다”면서 “김필배씨의 지시에 따라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김동환(48) 아이원아이홀딩스 이사의 변호인도 혐의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김필배씨 지시를 어길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던 점을 참작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김 전 대표가 유씨의 사진을 계열사에 사실상 강매하는 데도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강세(73) 아해 전 대표는 지난 5월 검찰 조사 직후 취재진에 “김 전 대표가 우리 회사 전무(이재영 현 아해 대표)에게 연락을 해와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해서 (유씨 사진) 8장을 1억원에 산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계열사 대표들이 수평적인 관계로 보이지만 경영이나 유씨 일가와 관련된 일은 모두 김 전 대표와 상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전 대표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 현황을 봐도 그룹 내에서 그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김 전 대표는 유씨의 장남 대균(44)씨가 최대주주(지분율 32%)로 있는 다판다의 3대 주주다. 대균씨 외에 유씨의 다른 핵심 측근인 김혜경(52·여) 한국제약 대표(지분율 24.4%)와 송 대표(지분율 10%)가 주주로 등재돼 있다.
다판다는 탄탄한 영업망을 바탕으로 화장품·건강식품·전자제품 등을 판매하는 회사로 유 씨 관련 계열사 가운데 흑자를 보는 곳 중 하나다.
유씨 일가 계열사의 거미줄 같은 지배구조 역시 유씨의 지시를 받은 김 전 대표가 설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는 지난 4월 세월호 사고 이후 금수원에서 열린 측근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일시 귀국했다가 같은 달 18일 미국으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검찰은 유씨 측근 경영비리의 핵심 고리인 김 전 대표가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 곧바로 체포 영장을 집행한 뒤 인천지검으로 압송해 조사할 방침이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