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방송사(SO)들이 ‘초저가 가입자’를 과감히 정리하고 ‘고액가입자’ 중심으로 가입자군을 급속히 재편해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SO들은 그간 싼 가격 가입자 유치를 통한 ‘몸집불리기’에만 치중해왔는데 최근 ‘허수’에 가까운 초저가 가입자를 과감히 정리한 뒤 한 가입자당 평균 수입(ARPUㆍ Average Revenue Per User)을 높이는 전략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가구당 월 2,000원 수준에 머물렀던 아파트 단체계약을 개별계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가입자들과 마찰을 빚었지만 ‘덤핑 경쟁’을 지양하면서 케이블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돈되는 가입자만 끌고 간다=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티브로드의 2006년말 기준 가입자는 265만명으로 2005년말(290만명)에 비해 무려 25만명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자연증가분 신규 가입자를 감안하면 30만 가까운 가입자가 케이블을 해지한 셈. 한 회사에서 1년 사이에 가입자가 10% 이상 빠져나간 경우는 케이블TV와 위성방송, 유ㆍ무선 통신 업계를 통틀어 전례가 없던 일이다.
비상상황이지만 티브로드는 느긋하다. 빠져나간 가입자 대부분이 아파트 단체계약 해지자들로 이들은 단독주택이나 개별 가입 가구보다 최대 60% 이상 낮은 월 1,000~3,000원 가량의 수신료만 지불해 온 가입자다. 실제로 티브로드의 가입자당 월평균 수신료는 2005년 4,200원에서 작년엔 6,200원으로 대폭 늘었다. 지난해 티브로드는 관행처럼 해왔던 아파트 단체계약의 상당수를 해지하고 각 가구별 개별 가입을 추진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고 방송위로부터 지적도 받았지만 ‘질적 성장을 위한 진통’이라는게 회사 측 입장이다.
“언제까지 케이블 1,400만 가입자의 신화에 머무를 순 없다. 과거의 질 낮은 서비스로는 앞으로 방송ㆍ통신 융합 시대에 거대 통신사들과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제 값을 낸 가입자들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해 SO에 낸 돈이 아깝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티브로드 관계자의 말이다.
씨앤앰과 CJ케이블넷 등 다른 MSO도 비슷한 상황이다. 씨앤앰의 경우 2005년 168만명이던 가입자가 2006년에는 200만명으로 늘었지만 인수ㆍ합병(M&A)한 부분을 빼면 증가율은 10%에도 못 미친다. CJ케이블넷 역시 같은 기간 6개 자회사 SO를 기준으로 가입자 증가율은 5%에 머물렀다.
◇가입자 만족도 높이기가 과제=지난해부터 업계에 불었던 ‘가입자의 질적 성장’ 바람이 1년새 내놓은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케이블업계는 고무돼 있다. 하지만 ‘양보다 질로 승부하겠다’는 SO의 새 전략이 일단 토대가 다져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입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이 SO의 새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작년 아파트 단체계약에서 개별 가입으로 전환한 가입자들 중 일부는 “채널은 많아졌는데 막상 볼 만한 채널이 없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진 통신사들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낮은 서비스 수준도 시급히 정비할 점으로 꼽힌다. 대형 케이블채널사(MPP)가 지난해부터 일부 고화질(HD) 방송을 시작했지만 정작 SO들의 HD 전환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SO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가입자 증가에 목을 맸던 과거관행을 탈피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변화”라고 평가한 뒤 “아날로그 서비스 안에서 질적 성장이 한계에 부닥친만큼 디지털케이블의 보급 확대로 다매체 경쟁에 다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