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위기의 글로벌 증시] 아제이 카푸르 미래에셋리서치센터 글로벌 투자전략 헤드

긴급 인터뷰<br>"외국인, 인플레등 해소돼야 한국 돌아올 것"<br>美, 투자유망 지역 1순위지만<br>아직은 파티 참석할때 아니다<br>신흥시장선 러시아·中관심을



“아직은 파티에 참석할 때가 아닙니다.” 아제이 카푸르(사진) 미래에셋리서치센터 글로벌투자전략 헤드는 “미국 주식시장의 펀더멘털은 반등을 위한 준비가 돼 있지만 아직 기술적 지표들이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도 둔화되고 밸류에이션도 매력적인 수준이지만 아직 시장 내부적으로 반등을 위한 힘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마치 의사가 환자에게 이제 회복됐으니 퇴원하라고 진단하더라도 환자가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면 소용이 없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따라서 주식 비중을 확대할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향후 투자 유망지역으로는 미국을 1순위로 꼽았으며 러시아 주가도 현재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경상수지 적자, 인플레이션, 높은 석유 수입 의존도, 환율 등 다른 신흥시장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현재 주가는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홍콩을 비롯한 뉴욕ㆍ런던의 현지 투자자들로부터 체감하는 분위기는 어떤가. ▦투자심리가 여전히 좋지 않다. 중국과 같은 신흥시장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ㆍ일본과 같은 선진시장을 가리지 않고 글로벌 주식시장 전반적으로 나쁘다. 유럽은 매우 부정적이고 일본도 그보다는 덜하지만 역시 나쁘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은 투자심리가 한 달 전에 부정적에서 중립으로 향상됐다.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심리 개선의 배경은 무엇인가. ▦패니매와 프레디맥 부실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다소 완화된 점을 꼽을 수 있다. 또 유가가 떨어진 점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미국의 성장률이 제일 좋다. 국내총생산(GDP)뿐만 아니라 소매 판매, 산업 생산, 내구재 판매 등 모든 종류의 지표가 기대치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 달러 강세의 배경에는 이 같은 이유가 있다. 그러나 유럽의 성장률은 매우 나쁘고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일본 순으로 부진하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렇다. 지금쯤이면 떨어질 때가 됐다. 첫째, 그동안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렸던 유가가 이미 많이 하락했다. 둘째, 주거비용 관련 지표인 렌털 컴포넌트(rental component)가 떨어지고 있다. 앞으로는 더 떨어질 것이다. CPI가 떨어지면 주가가 오른다. 지난 1951년부터 발생한 10번의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CPI가 최고점을 찍고 내려오면 주가이익비율(PER)이 1년간 30%가량 올랐다. 물론 같은 기간 동안 기업이익은 감소해 주당순이익(EPS)은 10%가량 떨어졌다. 미국의 CPI 최고점이 9월일지 오는 11월일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인플레이션은 올해 안으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주가가 조만간 반등한다는 의미인가.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흥미로운 점은 주식시장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은 대체로 양호하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을 판단할 때 6개 측면을 본다. 밸류에이션, 인플레이션, 기업이익, 유동성, 투자심리, 기술적 지표 등이다. 인플레이션은 조만간 최고치를 찍고 하강할 것이고 투자심리는 극도로 좋지 않고 증시 주변자금이 풍부하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투자심리가 공포에 질린 것도 괜찮다. 오히려 투자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안 좋은 점은 실적이다. 그동안 과대 추정됐던 기업들의 향후 실적추정치가 앞으로 뚝뚝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주식시장은 실적이 저점을 찍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오히려 저점을 찍기 한참 전에 반등한다. -그 시점은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언제가 될지는 나도 모른다. 시장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바에 끊임없이 귀를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의사가 환자를 진찰한 후에 이제 병은 다 나았으니 내일부터 걸어서 나가도 된다고 진단했는데도 환자가 못 일어나고 병상에 누워 있을 수 있다. 의사의 전망보다는 환자가 스스로 일어나는지가 중요하다. 문제는 6개 요인 중 시장 내부의 힘을 판단한 수 있는 ‘기술적 지표’들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환자가 걸어나갈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기술적 지표가 개선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현재로서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그럼 주식투자 시기는 언제가 좋은가. ▦파티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면 차라리 늦게 가는 게 낫지 일찍 가는 것은 손해다. 시장 내부의 힘이 강해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이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이 각종 기술적 지표들이다. 예컨대 50일과 200일 이동평균선 상위종목의 비율, 신고ㆍ신저가 비율, 최근 고점 대비 괴리율 등과 같은 기술적 지표를 살펴보고 있다. 아직까지는 주식시장 비중을 확대할 때가 아니다. -유럽과 일본시장은 어떻게 보는가. ▦독일을 제외한 유럽의 부동산 등 자산가격 거품은 미국보다 더 심각하다. 경제 펀더멘털도 좋지 않다. 유럽이 미국보다 훨씬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썼다. 유로화 강세에 높은 금리는 경제성장에 걸림돌이다. 일본은 지표들이 여전히 좋지 않지만 유럽보다 나쁘지는 않다. -신흥시장의 주가가 미국보다 더 하락했다. 신흥시장에 대한 전망을 말해달라. ▦밸류에이션이 대체적으로 합리적인 수준이다. 주가가 급격하게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매우 싼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인플레이션이 높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높다면 PER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에 대해 리스크 프리미엄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신흥시장은 성장률이 좋지 않다. 수출은 곧 떨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성장은 국내 수요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기업과 개인에는 기대할 게 없고 현재로서는 정부 지출이 유일한 해답이다. 신흥시장 국가의 정부들이 보조금ㆍ감세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수사에 불과하고 실제로 이행되지는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신흥시장의 기업이익 전망치가 2008년 대비 2009년 15~2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0~5% 수준으로 조만간 수정될 것이다. -중국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국 주식시장이 바닥을 찍었다는 견해와 아직도 멀었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중국 경제는 굉장히 양호하다. 9~10%의 GDP 성장을 계속할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도 지속되고 정부 재정도 풍부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정부의 개입 여력도 충분하다. 게다가 내수가 뒷받침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다. 인플레이션이 떨어질 경우 내수는 더욱 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경제와는 다른 ‘생명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이 비싼 가격에 주식을 샀다. 현재 중국 주식 가격은 합리적으로 조정됐다. 과거 주식시장의 거품이 꺼질 때 보면 고점 대비 70~75%가량 떨어진다. 중국시장이 75%가량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일부 주식들은 그 정도 떨어졌다. 예컨대 차이나뱅크의 경우 양호한 수익을 내고 있는데도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졌다. 이머징국가 중에서는 중국에 투자 기회가 있다고 본다. -브라질ㆍ러시아와 같은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신흥시장 중에서는 러시아가 흥미롭다. 정치적인 문제로 러시아 주식시장으로부터 엑소더스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 주식시장의 PER는 6배 수준이다. 파키스탄과 비슷하다. 그러나 두 국가의 경제는 ‘밤과 낮’같이 다르다. 러시아에는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보유고, 그리고 풍부한 원유 및 천연가스가 있다. 주가가 왜곡돼 있다. 현재 러시아의 위기는 기회라고 본다. -브라질에도 역시 투자 기회가 있다고 보는가. ▦상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브라질 주식시장도 조정을 받았다. 그러나 브라질과 러시아는 다르다. 브라질은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리는데다 금리를 올리고 있다. 성장에 훼손이 있을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이 파는 배경은 무엇이고 언제 다시 사들일 것으로 보는가.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이라고 특별히 더 판 것은 아니다. 유동성 때문에 모든 신흥시장에서 팔 수 있는 것을 다 팔았을 뿐이다. 한국 역시 성장률, 인플레이션, 경상수지 적자, 유가 등 강도는 덜하지만 다른 시장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시장에 외국인투자가들이 돌아오기 위해서는 이 같은 문제들이 개선돼야 한다. -첫번째 리포트에서 주식 비중을 40%로 하라고 했는데. ▦매주 화요일 업데이트한다. 단기지표로 헤지펀드 매니저를 위한 것이다. 셀 사이드(sell-side) 애널리스트들이 몇 달 후 또는 1년 후 주식이 회복될 것이라는 식의 전망을 내놓고는 하는데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그 사이에 망할 수도 있다. 그때그때 주식 비중을 늘릴지, 줄일지에 대해 간단히 조언해주는 것이다. 40%라는 것은 꼭 자산의 40%를 주식에 투자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아직 주식 비중을 확대할 때가 아니라는 정도로 해석해달라. -개인투자자들은 어디서 투자 기회를 찾아야 하나. ▦나 스스로 펀드오브헤지펀드에 자산을 많이 투자한다. 개인투자자들은 국가와 자산이 잘 분산된 펀드에 가입하는 게 중요하다. 각국의 주식뿐 아니라 차익거래ㆍ상품 등 여러 종류의 펀드를 편입하고 있는 펀드오프헤지펀드는 돈을 많이 벌어주지는 못하지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앞으로는 신흥시장보다는 미국의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글로벌 경제침체에 진입하고 달러가 강세를 나타낼 때는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시장이 다른 시장보다 수익률이 좋았다. 신흥시장 중에서는 러시아와 걸프만 인근 국가를 추천한다. 상품 가격이 조정받고 있지만 석유와 천연가스의 가격은 견조할 것이다. 곡물이나 농산물 같은 상품은 추가공급이 가능하지만 오일과 천연가스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단 걸프 국가들의 PER가 15배 안팎이기 때문에 러시아가 좀더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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