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법무부 주최로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상법(보험편) 개정안 공청회에서 연금보험 시장 진출을 둘러싼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측 간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는 법무부가 상법 보험편 개정안 통칙에 보험금 분할지급(연금) 근거를 신설, 지금까지 생명보험사에만 주로 허용해왔던 연금보험시장 진출을 손해보험사도 장기적으로 진출할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 때문. 또 이번 공청회에서는 심신박약자의 보험 가입 허용, 보험사기에 대한 보험계약무효 규정 등 신설 또는 변경되는 조항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기도 했다. ◇연금보험 시장 놓고 생보ㆍ손보 신경전=생보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임창원 PCA생명 전무이사는 “미국을 포함한 금융선진국에서 연금보험을 손보사가 영위하는 국가는 없다”며 손보 측의 연금보험시장 진출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임 전무이사는 특히 이번 개정안 통칙 중 ‘보험금을 분할 지급할 수 있다’는 조항에 대해 “이미 보험사들이 약관에 의해서 일시 또는 분할지급할 수 있도록 했는데 왜 이런 규정을 신설하는지 모르겠다”며 의미를 일축했다. 그러나 손보업계의 입장은 신설 조항을 환영하고 더 나아가 생명보험 절에 있는 연금보험 조항도 아예 통칙으로 빼내자는 것이다. 이명주 LIG손해보험 전무는 “연금보험을 생명보험사만이 영위할 수 있다는 식의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연금보험 조항은 폐기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연금보험 상품을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손보사의 연금보험 시장 진출이 확대돼야 한다”며 손보 측 입장을 강력 주장했다. 양측의 이 같은 입장 대립은 향후 재정경제부가 주관해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과정에서 더욱 첨예하게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심신박약자 상대 범죄 우려”=이외에 공청회에서 크게 논란이 된 부분은 심신박약자에 대한 보험 가입 허용 조항. 김선정 동국대 법대 교수는 “법조항 신설 취지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로 인해 억울한 사람이 죽음을 당할 경우 어느 것이 더 인권의 가치를 고려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보험사기 및 가입자의 고지의무위반과 관련해 신설된 조항의 경우 보험사의 입장이 과도하게 반영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성환 국민대 법대 교수는 “보험사기의 경우 현행 민법상으로도 계약취소가 가능하고 형법을 강화는 등의 방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에서 사기계약에 대해 무효효과까지 부여하는 것은 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청회는 시민단체 및 일부 보험가입자들이 보험사 측에 유리한 법개정안 등과 관련해 항의해 진행에 일부 차질을 빚기도 했다. 법무부는 공청회 등에서 제기된 의견 등을 검토해 최종 개정안을 마련, 오는 가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