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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축문화대상] 심사현장 스케치
입력2006.08.10 15:58:54
수정
2006.08.10 15:58:54
폭염 뚫고 1,500㎞ 강행군<br>공법·재료·마감재는 물론 설계철학까지 '송곳 점검' <br>배정시간 넘기는 곳 허다 주민·단체장도 깊은 관심 <br>"건축문화대상 위상 실감"
| 지난 8일 한국건축문화대상 지방작품 심사에 나선 심사위원들이 경남 김해의 C미술관 심사에 앞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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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전7시30분. 8명의 준공건축물 부문 심사위원과 진행요원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서울 서초동 대한건축사협회 정문 앞의 버스에 올랐다. 올해로 15회를 맞는 국내 최고 권위의 건축대상인 ‘2006 한국건축문화대상 현장심사’의 시작이다.
준공건축물 부문 지방 작품 현장심사는 총 이동거리가 1,500여㎞에 달하는 강행군이었다.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28개 작품 중 지방 작품이 여느 해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한 탓이었다. 특히 첫날부터 천안~청원~대전~전주~군산~무안으로 이어지는 대장정은 30도가 넘는 불볕더위와 어우러져 심사위원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악조건에도 심사위원들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한국건축문화대상 시행위원장이기도 한 장양순 위원(창건축 대표)은 “전국을 돌면서 좋은 작품들을 볼 수 있으니 이게 휴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심사는 건축주와 설계자의 간단한 현장 브리핑과 작품 심사 등 30분 동안 이뤄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천안(천안시청사)에서의 첫 심사부터 어긋났다. 심사위원들이 작품 구석구석을 돌며 전체적인 외형이나 구조뿐 아니라 공법ㆍ재료는 물론 마감재 등에까지 관심을 보이며 ‘집요하게’ 파고든 탓이었다.
규모가 작은 단독주택이라고 다르진 않았다. 각 공간의 배치가 효율적으로 이뤄졌는지, 외부 노출로 사생활이 침해받을 여지는 없는지, 또는 실생활의 불편을 초래하는 설계ㆍ시공상의 허점이 있는지 등을 하나하나 점검해 기록하는 등 뜨거운 열정을 보이느라 심사시간이 배정된 30분을 넘어 1시간을 훌쩍 넘기는 곳도 많았다.
2일차인 8일 역시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이번에는 남부지방을 동~서로 횡단하면서 무안에서 나주~남해~김해를 거쳐 부산에 이르는 여정이었다. 심사위원들이 내심 ‘기대했던’ 태풍마저 빗겨나가고 더욱 뜨거워진 날씨는 도로의 아스팔트를 녹여버릴 기세였다. 이따금 눈에 들어오는 피서지 풍경에 ‘작품 심사 휴가’를 떠난 심사위원들과 진행요원들은 아예 눈을 돌리고 싶을 정도였다.
8명의 심사위원들이 이번 심사에서 특히 관심을 보인 부분은 설계-시공-건축주가 얼마나 호흡을 맞추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는가였다. 작품 중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설계ㆍ시공자와 건축주에게 끊임없이 질문공세를 펼치는가 하면 설계자의 의도는 물론 설계철학까지 평가대상으로 삼는 분위기였다.
심사가 열기를 더하면서 2일차 마지막 심사 작품이었던 부산 재송동 C아파트의 심사는 오후9시가 돼서야 마칠 수 있었고 심사위원들은 시원스러운 바닷가의 야경 감상도 포기하고 파김치가 돼 휴식을 취해야 했다.
지방 심사 마지막날인 9일 아침. 출발을 위해 숙소 로비에 집결한 심사위원들의 표정에는 여전히 의욕이 넘쳐 있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심사 작품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가 하면 아직 심사가 남아 있는 작품들에 대한 자료를 검토하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동하는 버스 안은 열띤 토론장이었다. 화두도 작품 심사에서부터 건축ㆍ건설산업 전반의 문제점 등으로 이어졌다. 유원재 위원(다건축 대표)은 이동 중이나 식사 중 틈틈이 심사위원들의 인물화를 그려주는가 하면 간단한 마술을 보여주는 등 피로에 지친 일행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유 위원은 대한건축사협회지인 ‘건축사’에 만평을 게재하고 있다.
심사과정에서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이 우리 건축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는 사례도 많았다. 대전의 A아파트 심사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심사위원을 맞이하고 심사과정을 관심 깊게 지켜보는가 하면 남해의 B사 연수원 심사에는 하영제 남해군수까지 직접 심사장을 방문해 심사위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상준 심사위원장(연세대 공대교수)은 “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 심사 대상작에서 지방 작품들이 많았던 것은 그만큼 지방 작품의 수준이 올라간 것을 의미한다”며 “특히 이번 한국건축문화대상은 지방 건축계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도 될 것”으로 평가했다.
구미에서 3일간의 심사를 마치고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오른 심사위원들의 얼굴은 검게 탔고 몸은 지쳐 보였지만 그들의 열정에서 올해도 한국건축문화대상이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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