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캠브리지大에 한국학과 설립을

영국에서 생활을 시작한 지도 1년이 다 돼간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아쉬운 부분이라면 영국에서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정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중국이나 일본은 잘 알려져 있다. 아무리 중국ㆍ일본이 각각 정치ㆍ경제 대국이라고는 해도 좀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경제 10위권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놀라운 부분은 우리가 자랑하는 기업들인 삼성ㆍLGㆍSK 등을 여기 사람들은 일본 기업이라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인은 뭘까. 중국과 일본인들은 영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케임브리지대학만 해도 2,000명이 넘는 중국 학생들이 정부와 기업의 든든한 후원하에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200만권이 넘는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 케임브리지대학 도서관은 일본 마르니회사 회장인 타다오 마오이씨가 세웠다. 또 중국과 일본 관련 학과에서는 언어는 물론 역사ㆍ문화까지 심층으로 다루고 많은 친중국, 친일본 성향의 미래지도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국 내 활동은 아직 미미하다. 얼마 전 옥스퍼드대학에서 예산 문제로 한국학과가 폐지된 바 있었다. 최근 대기업도 아닌 작은 중소기업에서 적극적으로 후원해 겨우 한국학과를 다시 열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영국 내 한국학과 설립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곳이 바로 케임브리지대학이다. 케임브리지는 옥스퍼드와 더불어 영국의 대표적인 사학이며 노벨상 수상자만도 64명을 배출한 명문대학이기 때문이다. 다행이 존 스웬슨-라이트(John Swenson-Wright), 피터 코르니키(Peter Kornicki) 교수 등 케임브리지대학 내 뜻 있는 친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국학 설립 움직임이 일고 있고 주영 한국대사관 측과도 긴밀한 협조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적극 참여할 때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다. 매년 초 클레어홀에서는 ‘한국 주간’을 선정해 한국의 문화ㆍ전통ㆍ정치ㆍ경제 등에 관련된 많은 행사가 열린다. 동아시아센터도 한국과 북한 관련 세미나 등을 통해 한국에 관한 인식을 높이는 데 힘쓰고 내년에는 북한 관리들을 초청할 계획도 진행 중이다. 영국은 우리나라가 미국 다음으로 외교관계를 수립한 나라다. 6ㆍ25전쟁 때는 신속히 많은 군대를 파견했으며 이후 경제 성장 과정에서도 많은 도움을 준 고마운 나라다. 좋은 인연을 가진 두 나라간의 관계 발전과 이해 증진을 위해서도 한국학과 설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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