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대폭 완화한 것을 골자로 한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개정안의 국회 처리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모두 정부안의 수정 또는 보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정부안에 대한 거부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한나라당도 ‘선(先) 수용-후(後) 보완’의 당론을 정해 부분적인 수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종부세 개정은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에 공이 떠넘겨진 상태다. 기재위 소속 의원들도 국감이 끝나고 헌법재판소의 종부세 위헌심판이 예정된 오는 11월 본격적인 법안심사 때 이미 국회에 계류된 관련 의원 입법안과 정부안을 절충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과세기준 완화와 고령자 세 감면의 구체적 방법에 대해 의견이 분분해 일각에서는 정부안에 대한 대폭 손질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종부세 완화라는 큰 틀에는 기재위 의원 상당수가 찬성하고 있어 소폭의 정부안 수정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안 ‘전신 수술’ 받을까=정부안에 대한 전면 손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의원들의 입법안이 정부안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의원 입법으로 국회 계류 중인 종부세법 개정안은 모두 9건이다. 이중 고흥길ㆍ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안, 김종률ㆍ이용섭 민주당 의원안,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안 등 5건은 정부안의 핵심인 과세기준 완화(주택 기준시가 6억원→9억원 상향조정 등)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한나라당 기재위원인 김성식ㆍ진수희 의원은 정부의 종부세 과세기준 완화 내용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기재위 소속 야당 의원들의 반대 의견까지 고려하면 정부안이 원안대로 통과되기 녹록지 않다. 60세 이상 고령자 종부세 감면안도 원안 처리를 장담하기 쉽지 않다. 보유세 성격의 종부세를 60세 이상이라는 이유로 일괄 감면해주는 것이 세제 형평성에 맞느냐는 반론 때문이다. 기재위 소속 의원 중에서는 김효석ㆍ박병석 민주당 의원이 이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고령자 감면 대신 양도ㆍ상속ㆍ증여 등의 시점까지 세 납부를 유예해주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의원 입법안 중에서는 김종률 의원안이 ‘65세 이상 고령자의 종부세 납부유예’ 조항을 담고 있다. 정부안에는 담겨 있지 않지만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과세 방식을 개인별 합산과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목소리도 높다. 이와 관련해서는 헌재의 위헌 여부 판정이 나올 예정이지만 합헌 판결이 나오더라도 정치적 판단으로 개인별 합산관세를 밀어붙이겠다는 강경파 의원들의 입장이 변수다. ◇‘국소 수술’ 쪽에 무게=정부안을 소폭 손질하는 국소 수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표구간ㆍ세율 등을 미세 조정하거나 고령자 감면요건을 조금 더 엄격히 하는 수준에서 정부안이 기재위를 통과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고령자 감면요건 강화론은 60세 이상 세 부담자 전체가 아니라 그 중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여서 세 부담이 어려운 1가구 1주택 소유계층에만 혜택을 주자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전년 종합소득 3,600만원 이하이면서 보유주택 기준시가가 15억원 이하인 1가구 1주택 소유자(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안) ▦세대 합산 전년 종합소득 2,400만원 이하이면서 보유주택 기준시가가 10억원 이하인 1가구 1주택 소유 실거주자(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안) ▦세대 합산 전년 종합소득 2,400만원 이하이면서 65세 이상 1주택 소유자(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안) ▦전년 종합소득 1,200만원 이하, 65세 이상이면서 20년 이상 1주택 소유자(임영호 선진당 의원안) ▦1주택 보유자(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안) 등의 기준 강화 주장 등이 제시돼 있다. 또 주택의 과세표준 구간 및 세율에 대해서는 유일호 한나라당 의원이 11억원 이하, 11억원 초과~91억원 이하, 91억원 초과를 기준으로 구간을 잡아 각각 1%, 2%, 3%의 세율을 적용하는 개정안을 제출해놓았다. 다만 1가구 1주택 소유자라는 이유로 종부세를 감면하는 것은 보유세 과세 취지와 법리상 상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국회 법제사법위 심사에서 채택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기재위가 해당 조항을 반영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