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까지 업종별로 뚜렷한 호(好)ㆍ불호(不好)를 나타내던 외국인들이 증시 급락 이후로는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폭락장 이전에 금융주 일색으로 순매수를 집중시키던 외국인들이 지난 6일 이후 반등장에서는 올 실적과 가격메리트, 개별 재료 등을 다양하게 반영한 개별종목 중심의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9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6일부터 8일까지 외국인들이 많이 사들인 종목은 대우건설ㆍ현대제철ㆍSK텔레콤ㆍ한화ㆍLG데이콤ㆍ신한지주ㆍ오리온ㆍ외환은행ㆍ대우차판매ㆍ삼성전기ㆍ웅진코웨이ㆍ한국전력 등. 9일에도 LG데이콤을 비롯해 대상ㆍ기아차ㆍ삼성엔지니어링ㆍ우리투자증권 등을 순매수해 다양하게 입맛을 채우는 모습을 보였다. 장 폭락 직전인 2월15월부터 27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8개 종목이 금융주로 몰렸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손정한 부국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수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만큼 이제는 숲(지수)보다 나무(종목)를 봐야 할 때”라며 “외국인도 특정 업종에 집중 투자하기보다는 업종 내에서 실적이나 모멘텀이 부각되는 종목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거래일 동안 251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대우건설의 경우 유상감자 가능성이 직접적인 재료가 된 것으로 추정되며 SK텔레콤 등 통신주는 저가 메리트가 투자 동인으로 작용하는 등 외국인 매수세를 일으킨 요인도 종목마다 제각각이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매수에서 아직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등 당분간 글로벌증시 변동성을 지켜보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며 “뚜렷한 추세가 나타나는 것은 경기지표가 개선되고 실적 모멘텀이 살아나는 2ㆍ4분기부터가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황 팀장은 “대형 IT주 중에서도 일부 연속 순매수에 나서는 종목들이 있지만 전기전자주로 매기가 확산됐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며 “글로벌시장이 좀더 안정되는 와중에 환율이 우호적으로 변하면 그동안 비중을 많이 줄인 IT주나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은행주 중심으로 가닥을 잡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외국인은 3월6일까지 나흘 동안 총 1조166억원어치를 팔아치운 후 순매수와 순매도를 반복하고 있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457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