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得보다 失이 큰 금리인하 경쟁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의 주택담보 대출 금리인하 경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은행들이 수익을 내기 편한 담보대출시장에서 과도한 금리경쟁을 벌여 시장질서가 문란해지고 은행들의 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자제할 것을 공개 경고한 것이다. 금리결정은 금융회사들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에서 금감원의 조치는 관치시비를 부를 수도 있지만 지금 벌어지고있는 금리경쟁이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들을 감안하면 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주택담보 대출 금리는 은행들의 고객확보 경쟁이 가열되면서 4% 초반대 상품까지 나오는 등 하락일로에 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평균 5.48%였던 평균금리가 지난달에는 5.39%로 떨어졌다. 금리가 내리면 대출자들의 부담이 낮아지고 이는 소비여력 증가로 이어져 내수진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부작용은 이에 비할 바 아니다.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부동산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시중에 넘치는 부동 자금이다. 여기에는 저금리와 2~3년 전 은행들의 무차별적인 부동산담보대출 확대가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싼 이자에 대출문을 활짝 열어놓으니 너도 나도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려 다시 다른 아파트나 땅을 사들이는 바람에 부동산 열풍이 일어난 것이다. 물론 최근 금리인하가 대분분 우량고객ㆍ타은행 대환대출 등 기존대출에 적용되고 있긴 하지만 은행들의 경쟁이 격화되면 종전과 같이 신규 대출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제아무리 강한 부동산대책도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제살깎기식 경쟁으로 인한 은행들의 경영악화 우려와 함께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것도 문제다. 예대마진이 줄어들어 은행들의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한 은행일수록 더 타격을 입는다. 이른바 승자의 재앙(winner curse)이다. 또 은행들은 수익성저하를 수수료인상 등으로 보전하려 들게 마련이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손해로 이어진다. 지나친 금리인하 경쟁은 은행을 위해서도, 경제전체를 위해서도 자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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