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룹 세대교체 주가 영향은?
현대차 그룹의 전면 세대교체로 기아차[000270]와 현대모비스[012330]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21일 기아차는 2만95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뒤 전날보다 1천원(5.08%)오른 2만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차가 2만원대를 돌파한 것은 지난 1994년 5월 이후 11년여만의 일로, 1989년9월에 기록했던 사상최고가(2만3천540원)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사흘만에 하락세로 전환, 700원(0.81%) 내린 8만5천300원에 마감됐다.
그룹 내에서 가장 높은 주가를 자랑하던 현대모비스는 시가총액면에서도 기아차에 추월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기아차의 시가총액은 7조1천877억원으로 현대모비스(7조2천948억원)와 1천억원대로 차이를 좁혔다.
이 같은 기아차의 약진에는 기아차 사장이자 그룹 후계자인 `정의선 효과'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실체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그룹 차원에서 정의선 사장을 중심으로 기아차를 집중 육성하려는 의지가 갈수록 커지고 있고 정 사장의 기아차 추가 매입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의선 효과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인사가 2세대 전문경영인(CEO) 시대를 열어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인정의선 사장의 후계구도 본격화를 겨냥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만큼 기아차의 `정의선 효과'는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단적인 예로 한누리투자증권은 기아차 목표주가 설정 근거 중 하나였던 기아차의 적정 주가수익비율(PER)에 대한 정의선 사장의 프리미엄을 25%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하나증권 이상현 애널리스트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최근 기아차의 주가 흐름은 분명히 `정의선 효과'가 작용하고 있는 결과"라며 "이번 인사로 정의선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져 향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또 "현대오토넷의 급등 역시 정의선 사장의 추가 매입에 대한기대감이었다"면서 "현대차 그룹주 주가에 정의선 효과가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현대모비스에는 이번 인사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 여파가 이날 주가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수익성에 당장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박정인 회장의 2선 퇴진으로 그룹내 리스크에 대비한 거대한 우산이 사라졌다는 평가다.
김학주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모비스가 과거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 그룹내금융계열사 부실 정리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던 것은 박 회장의 영향력을 증명한다"면서 "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이 가중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박정인 회장은 정몽구회장의 최 측근 임원이었고, 현대차 그룹 계열사의 재정담당 임원들이 대부분 모비스 출신이라는 것으로도 그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는설명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현대모비스는 단기적으로 현대차, 기아차에 비해 이익의 안정성이 월등히 좋지만 투자위험이 크고 수익성이 낮은 기계부문 제조업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등 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곽세연 기자
입력시간 : 2005/09/21 1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