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기에 조선인은 꽤 큰 듯하다. 뿐만 아니라 대단히 지적인 눈을 반짝이는 부드럽고 선량한 표정에 놀라게 된다. 요컨대 조선인은 착한 아이 같고 마음씨가 좋아 보인다." 대한제국의 철도와 광산 개발에 관련된 기술자문을 했던 프랑스 출신의 고고학자 에밀 부르다레가 말하는 대한제국의 첫 인상이다. 1902년부터 대한제국을 구석구석 탐방한 그는 한국의 자연과 환경, 제도와 문물, 그리고 사람과 사건 등에 이르기까지 암울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시절을 날카로운 재치와 해학을 곁들여 재현해 냈다. 그가 남긴 책에는 서울에서 개성간 그리고 서울에서 평앙간 철도 건설에 대한 귀중한 기록은 물론, 심청전ㆍ광대놀이 등 당시 민중들의 놀이문화, 궁중연회 식순 그리고 한말 외국인 공사관의 댄스파티 등 대한제국의 시대상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책은 1900년대 근대 한국을 빛 바랜 필름 복원해 내듯 생생하게 기록했다. 특히 근대화 시기를 거치면서 사라지거나 잊혀졌던 조선의 많은 풍속에 얽힌 기록이 사진과 함께 곁들여져 잃어버린 소중한 앨범을 찾아낸 듯 반갑다. 저자는 외형적으로 변화를 시도한 고종의 대한제국호가 스스로의 한계와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 포섭활동에 막혀 무너질 수 밖에 없었던 슬픈 현실을 간과한 채 한가로이 유람한 듯 보인다. 하지만 역사적인 맥락을 놓치지 않고 당시 조선 민족의 뼈아픈 대단원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이방인으로서 대한제국의 역사적인 정황을 꿰뚫어 보는 그의 통찰력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