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정재
참여정부 금융개혁을 주도할 금융감독위원회 이정재 신임 위원장이 취임하기도 전에 간부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등 왕성한 업무추진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정재 위원장은 주말인 15일과 16일, 이틀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 위치한 금감위원장 집무분실에서 금감위ㆍ금감원 간부들로부터 차례로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정재 신임위원장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 심의를 거쳐 신임 위원장으로 내정됐으나 임명장을 아직 받지 않은 상태. 물러나는 이근영 위원장이 토요일인 15일 여의도 금감위로 출근한 탓에 이정재 위원장은 명동의 위원장 집무분실에서 업무보고를 받았다.
업무보고 첫번째 순서는 단연 SK글로벌 사태와 관련한 내용. 은행ㆍ기업구조조정을 담당하는 김석동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은 15일 오후 SK글로벌의 국내외 부채현황ㆍ채권단 동향과 대책은 물론 투신ㆍ카드채 현안 및 대책까지 보고했다. 이 내정자는 이어 일요일인 16일 오전에는 보험ㆍ증권 등 2금융권을 맡는 감독정책2국과 기획행정실로부터, 오후에는 금감원 국장급이상 간부들로부터 각각 현안을 보고받았다.
금감위의 한 관계자는 “SK글로벌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요인을 신속하게 수습해야 하기 때문에 주말을 이용해 최근 현안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업무보고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0년1월부터 8월까지 금감위 부위원장을 지냈었던 이정재 위원장은 금융감독기구의 중립성과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의 금감위원장 후보 투표에서도 1위에 오를 정도로 개혁성과 업무능력ㆍ합리성을 모두 인정받고 있다. 2년7개월만에 `금융검찰` 금감위 사령탑으로 금의환향한 이정재 위원장이 왕성한 업무의욕만큼이나 최근 금융불안요인을 조기에 수습하고 금융개혁의 성과를 낼 지 귀추가 주목된다.
떠나는 이근영
“금감위원장을 하다 보면 손에 피를 묻히는 일을 많이 하는데 마지막까지 그 일을(SK글로벌 분식회계사태)하게 되는군요”
`때가 되면 스스로 물러가겠다`며 신상에 대해 일체 언급이 없었던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이정재 전재경부차관의 신임 위원장 내정 소식이 전해진 지난 14일 오후 말문을 열었다. 그는 투신 환매사태 대책을 발표한 지난 12일은 물론 사의를 표명한 지난 13일 당일에도 35년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퇴임의 변을 전하지 않았다.
이근영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실에 들러“금융업무에 아주 능통한 사람이어서 (나보다) 몇 배 낫다, 잘 하리라 생각된다”며 추켜세운 뒤 “2년 7개월동안 돌아보면 아쉬운 일도 많았고 가정도 제쳐놓을 만큼 바빴지만 최선을 다한 만큼 여한이 없다”며 그간의 소외를 담담하게 밝혔다.
그는 “금감위원장으로 일하면서 금융구조조정의 실질적인 기틀을 닦아 놓는 등 금융기관의 건전성 회복에 주력해 2~3년 전과 비교할 때 상상도 못할 정도로 개선됐다”며 “그러나 각종 게이트사건이 터졌을 때가 가장 괴로웠다”고 회고했다.
이 위원장은 “금감위원장을 하다 보면 속된 표현으로 손에 피를 묻히는 일을 많이 하는데 마지막까지 그 일을 하고 가게 돼 유감스럽지만 시장체력이 강해 예측했던 것보다 이겨내서 다행스럽다”며 “앞으로 감리하는 일들 업무가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금감위가 사정기관쯤되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런 데가 아니라”며 “금감위와 금감원은 시장질서확립, 금융기관 건전성 감독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서는 “역삼동에 사무실을 내서 건강도 챙기고 지식의 재충전의 기회를 가는 등 스스로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금감위장 이ㆍ취임식은 17일 오후에 열린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