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12일] 명분 없는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

최근 식품업계에서는 '붕어싸만코 재테크'라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가 회자되고 있다. 최근 빙그레 '붕어싸만코' 등 국내 빙과업계 모나카 아이스크림류가 지난해보다 최고 50%나 값이 뛴 것을 빗대 하는 얘기다. 붕어싸만코는 올해 상반기에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오른 데 이어 최근 추가 인상되면서 1,500원으로까지 올랐다. 롯데제과ㆍ롯데삼강 등의 모나카류도 비슷한 시기에 전년 대비 50%나 뛰었다. 빙과업체들은 지난해 막대 아이스크림을 원유값 인상을 핑계로 40%가량 올렸었다. 이번에는 겨울철 대표 아이스크림인 모나카류까지 가격을 올린 것. 아이스크림 2개를 사도 웬만한 분식점에서 판매하는 우동 한 그릇보다 더 비싸다. 인상폭은 최근 금값 상승률보다도 높아 '붕어싸만코 재테크'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가격인상만큼이나 씁쓸하게 만드는 것은 업체 측 답변이다. 빙그레 측은 "그동안 유통업체 아이스크림 반값할인으로 수지가 맞지 않아 인상하게 됐다"고 기자에게 해명했다. 이는 그동안 빙과업체의 출혈경쟁으로 인한 '반값 할인'의 손실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꼴이 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국내 빙과업계는 반값할인 경쟁을 통해 시장 점유율도 올리고 매출도 올리는 출혈경쟁을 해왔다. 이로써 당장은 업계의 반값할인이 소비자에게 이익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가격인상'으로 소비자에게 독이 될 것이라는 그동안의 우려가 사실로 드러났다. 더욱이 인상 시기도 미심쩍다. 지난 6월 정부가 '반값할인'의 피해를 우려해 10월부터 빙과류도 가공식품류와 더불어 권장소비자가격 표시 대신 유통업체가 가격을 결정하도록 하는'오픈프라이스' 제도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는데 빙그레ㆍ롯데제과ㆍ롯데삼강 등 국내 빙과업체 3사가 이 시점에 맞춰 가격을 인상한 것은 의심스런 대목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이스크림 담합 조사에 나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가격은 판매자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설득력 없는 일방적 가격 인상은 소비자의 '가격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상황은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애덤 스미스가 얘기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더욱이 국내 빙과업체는 지난 2007년에도 아이스크림 담합으로 총 45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 처분을 받은 전례가 있다. 지난해에는 원유값 인상이라는 명분도 있었지만 올해는 최근 환율까지 안정되면서 올릴 명분이없다. 빙과업체들의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가격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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