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9월 18일] 말만 무성한 투자확대
오철수 산업부 차장 csoh@sed.co.kr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해달라는 그 얘기를 하러 왔다.”(지난 2007년 12월2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 재계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규제완화를 기다리지 말고 1~2년 뒤를 대비해 (기업들이) 선행투자를 하는 것이 맞다.”(2008년 8월28일 이명박 대통령,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기업들에 대한 투자 주문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9개월 동안 이 대통령은 경제인만 만나면 오로지 투자 얘기만 하고 있다. 여당 일부에서는 “(재계 총수를) 어렵게 사면시켜줬더니 투자는 안하고 인수합병(M&A)만 하고 있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나온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재계는 요즘 연일 투자 확대 계획을 내놓고 있다.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서는 600대 기업의 투자 규모를 100조2,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6% 늘리겠다고 밝혔다. 재계의 표현대로라면 올 들어 투자가 상당히 활성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개별 기업들의 투자 내역을 꼼꼼히 살펴보면 지난해 말 밝힌 내용과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올 들어 채용인력을 조금 늘리고는 있지만 최근 경제여건을 감안하면 투자를 크게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경제난국을 돌파해보겠다는 정부의 생각은 이해가 되지만 투자라는 게 대통령의 의욕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기업들로서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수도권 규제와 같이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도 여전하다.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국회에서 낮잠만 자고 있다.
18일에는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 간의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2차 민관 합동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린다.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경제 현안들을 논의하는 것은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그러나 실제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투자하지 않는다고 재계를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의회를 설득해서 FTA 비준이나 수도권 규제완화 등부터 처리, 투자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더 급선무가 아닌가 싶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