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한국의 新人脈] '건설 CEO 사관학교' 대우건설 출신들

남다른 도전정신 앞세워 '건설 엘리트' 파워 라인 구축


"두번의 위기가 되레 인맥 확대 기회"
진재순 회장-박창규·윤춘호 사장 등
100대 건설사 CEO로 눈부신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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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중 부회장-김기동·이근포 사장 등
해외서 잔뼈굵은 글로벌인재 대거배출

부동산 개발사업 CEO 변신 업계 최다
최성남회장·김승배사장 등 큰 성과 이뤄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 따른 그룹 해체, 2000년 기업분리 독립, 2002년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돌입,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인수, 2009년 재매각, 2011년 산업은행으로 인수. 국내 대형 건설업체 가운데 대우건설만큼 부침이 심했던 기업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회사 존폐의 위기와 시공능력평가 1위의 영광까지. 1973년 창사 이래 40년 가깝도록 격동적인 역사를 써내려갔다. 그러나 시련과 영광의 세월 속에서도 늘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바로 '대우건설 인(人)'이다. 유난히 부침이 심했던 이 회사가 아직도 국내 건설업계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도 대우건설 인의 DNA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위기를 겪으며 대우건설을 빠져나간 수십여명의 건설 엘리트들이 현재 국내 건설업계 곳곳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꿰차고 있다. '법정관리 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CEO'가 대우건설 출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회사 인재들의 위기관리 능력과 도전정신은 남다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위기가 인맥확대의 기회 돼= 대우건설 출신 인재들이 국내 건설업계 곳곳에 자리잡게 된 배경에는 대표적으로 두 번의 위기가 있다. 첫 번째 위기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대우그룹의 해체와 IMF 위기였고 두 번째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인수된 시절이다. 현재 시공능력 100대 건설사 CEO로 있는 대우건설 출신들은 진재순 한일건설 회장, 박창규 롯데건설 사장,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 윤춘호 극동건설 사장, 장성각 벽산건설 사장, 김기동 두산건설 사장,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 이근포 한화건설 사장, 정태화 진흥기업 사장, 박임동 STX건설 사장, 정재영 대우조선해양건설 사장, 김진윤 한일건설 사장, 이보근 동아건설 사장 등이다. 이 가운데 대우건설의 첫 번째 위기 시절 회사를 나온 대표적인 인물로는 김현중 부회장, 진재순 회장 등이 꼽힌다. 김현중 부회장은 2000년 한화건설로 옮긴 후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한화건설을 부동산개발 시장의 강자로 올려놓았다. 진재순 회장은 대우건설 국내영업담당 사장 출신으로 한일건설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해 영업 분야의 대부로 통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인수된 후 대우건설을 떠난 이들은 박창규 사장, 김기동 사장, 정태화 사장, 정재영 사장, 이보근 사장 등이다. 이들은 대우건설의 주인이 바뀌고 금융위기 및 부동산 경기침체가 찾아온 어두운 상황 속에서 회사를 떠나 다른 건설업체의 '위기 관리형 CEO'로 자리잡았다. 현재 건설업계에서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 사이에는 대우건설 출신이라는 1차적 관계 이외에도 끈끈한 인맥이 형성돼 있다. 윤춘호 사장, 김기동 사장, 김현중 사장, 이근포 사장은 모두 ROTC 12기 출신으로 대표적인 대우건설 ROTC 인맥으로 통한다. 대우건설 출신 원로급 인사인 김원주 전 신한 사장을 비롯해 전ㆍ현직 대우건설 임원 가운데 이처럼 ROTC 출신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이와 함께 김기동ㆍ김현중ㆍ윤춘호 사장은 정재영 사장, 정태화 사장과 함께 건설업계 CEO들의 '사관학교'로 불리는 서울대 공업교육과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학과 선배인 박세흠 전 주택공사 사장이 대우건설 사장을 맡을 당시 대우건설 각 부서에서 실무 임원으로 맹활약했다. 이렇게 회사 내ㆍ외부적으로 끈끈한 이들의 친분은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서도 유지되고 있다. 이보근 동아건설 대표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현직에서 활동 중인 15명가량의 대우건설 출신 CEO들이 만나 업계의 정보도 교환하고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갖고는 한다"고 말했다. ◇주택개발 인재들의 산실 역할 해=국내 건설인맥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의 인맥 지도를 보면 가장 큰 차이가 바로 디벨로퍼, 즉 부동산 개발사업으로의 진출이다. 다른 건설사 CEO나 임원급으로 이동한 규모는 두 건설사가 거의 비슷하지만 디벨로퍼로의 진출은 대우건설이 압도적으로 많다. 국내 디벨로퍼 시장에서 대우건설 출신 CEO가 운영하는 부동산 개발업체가 무려 20여개에 달했던 적도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개발사업ㆍ건축파트의 과ㆍ차장에서 곧바로 부동산 개발업체 CEO로 변신했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대우건설 출신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 CEO로는 최성남 넥서스건설 회장, 김건희 피데스개발 회장,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 남상덕 건설웨슨 회장, 김선웅 대승디앤씨 사장, 정기영 한국부동산투자개발연구원장, 이정배 양재동 파이시티 전 사장, 홍창환 P&D코리아 전 사장 등이 꼽힌다. 최성남 회장은 대우건설 주택사업본부의 초창기 임원으로 재개발ㆍ재건축사업에 진출하며지금의 대우건설 주택사업의 밑바탕을 닦아놨다. 1990년대 후반 대우건설을 나온 최성남 회장은 1999년 2월 서울 영등포 OB맥주 공장부지를 개발해 '영등포 대우 드림타운'을 분양하면서 대박을 터트렸다. 당시 IMF로 분양시장이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나온 성공이어서 부동산 개발업계에서는 일대 '사건'으로 회자됐다. 이후 최성남 회장 계보로 이어지던 대우건설 주택사업본부 출신 디벨로퍼들은 전국 각지에서 부동산 개발 성공 신화를 이어가게 된다. 최근까지 문경영상문화복합단지 개발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피데스개발의 김건희 회장과 김승배 사장도 대우건설 주택사업본부에 근무하면서 국내 주거 상품의 유행을 선도했던 주택 개발 전문가들로 꼽힌다. 대우건설 출신들이 이처럼 주택 개발사업 CEO로 대거 진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우건설의 독특한 사업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대우건설의 주택 개발파트는 과장급에게도 부지 물색, 사업성 검토, 분양, 입주에 이르기까지 프로젝트 모든 과정을 맡아 진행시키며 이른 시간 내에 멀티플레이어로 육성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대우건설은 1990년대 후반부터 다른 대형 건설사들에 비해 자체 사업을 많이 진행하며 개발 사업 인재가 크는 데 좋은 환경을 제공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대우건설은 1989년 말 주택사업본부를 만들어 부분 사장을 두고 자체 사업을 해왔다"며 "이때 자체 개발 사업을 많이 하면서 과장급 실무진까지도 주택 개발 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우인맥 대부분 해외 경험 탄탄=국내 건설업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대우건설 인맥의 DNA를 파헤치기 위해서는 20~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현재 CEO급 인재로 성장한 이들은 대부분 1940년대 후반에서 1950년대 초반에 태어나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에 대우건설에 입사한다. 대부분 명문대를 나온 엘리트 출신들이다. 입사 이후 리비아 등 대우건설의 대표적인 해외 현장에서 글로벌 인재로 단련됐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들이 입사를 한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대우그룹은 젊은이들에게는 '꿈의 직장'이었다. 대우건설 본부장 출신의 한 인사는 "해외여행 한 번 가기도 쉽지 않던 시절 해외를 가는 게 보장된 대우건설은 매력적인 곳이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당시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들이 대거 대우건설로 몰렸다. 현재 왕성하게 활동 중인 김건희 회장, 김현중 부회장, 윤춘호 사장, 김기동 사장, 이근포 사장과 서종욱 현 대우건설 사장 등이 모두 당시에 입사했다. 이들은 실무자 시절 대우건설의 해외 현장에서 경험을 쌓으며 소위 글로벌 인재로 도약했다. 김현중 부회장이 리비아 트리폴리 주택 사업 현장 공무과장이었고 윤춘호ㆍ김기동 사장도 과장 시절을 리비아에서 보냈다. 김건희 회장은 대우건설의 리비아 의과대학 현장 마무리 소장을 맡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을 지향해 기업 안에서 유학파도 다수 배출했다. 정태화 사장, 김선구 이테크 건설 부사장 등이 미국 유학을 다녀왔다. 김승배 사장은 "기본적으로 해외에서 일을 배웠고 해외를 지향하면서 일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직원들은 본부장 이상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혹독한 대우 리더십 프로그램을 뚫어야 했다. 대우건설 인사팀 출신의 한 인사는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전세계 600개 현지법인에 제대로 된 사장을 하나씩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회계ㆍ영어ㆍ컴퓨터 등 모든 분야의 교육을 혹독하게 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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