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최대 관심은 역시 상금퀸 경쟁이다. 현재 '3억원 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4명. 3승을 거둔 김자영(21ㆍ넵스)이 줄곧 선두를 지키다 2위(3억7,500만원)로 한 계단 내려왔고 지난해 상금퀸 김하늘(24ㆍ비씨카드)이 3위(3억6,500만원), 양수진(21ㆍ넵스)이 4위(3억1,200만원)에서 호시탐탐 선두 등극을 노리고 있다. 이들 2~4위를 달리는 3명 모두 올 시즌 우승 경험이 있다.
그런데 정작 상금 선두(3억8,100만원) 허윤경(22ㆍ현대스위스)은 우승이 없다. 대신 15개 대회에 출전해 많든 적든 꼬박꼬박 상금을 챙겼다. 컷 탈락은 한번도 없었고 준우승만 네 차례다. 역대로 KLPGA 투어에서 우승 없이 상금퀸 타이틀을 차지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준우승 전문'보다 '실속파'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상금 1위 허윤경을 16일 인터뷰했다. 지난 2008년 국가대표를 거쳐 2010년 1부 투어에 데뷔한 허윤경은 "2% 부족하기는 하지만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며 웃었다. 남은 2%는 데뷔 첫 승으로 채워야 할 터다. "상금퀸도 영광이지만 솔직히 우승을 꼭 하고 싶어요. 우승도 하고 상금퀸도 지키는 게 제일 좋은데 꼭 하나를 선택하라면 우승을 택할래요." 허윤경은 2부 투어 시절이던 2009년 한 차례 우승이 있을 뿐이다. 지난달 열린 3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준우승했고 14일 끝난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는 2차 연장 끝에 역시 준우승으로 눈물을 쏟았다. 그러나 14일부로 상금퀸 경쟁에서는 1위로 나섰다.
네 차례 준우승으로 "잃은 것보다 얻은 게 훨씬 많다"는 허윤경은 "징크스라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보다는 좋은 경험이었다. 한번 올라온 흐름을 계속 끌고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며 "첫 승만 나오면 계속 우승이 찾아올 거라고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허윤경은 생애 처음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에도 나간다. KLPGA 투어 상금 선두 자격으로 오는 19일부터 인천 스카이72GC에서 열리는 하나ㆍ외환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것. 12월 부산에서 열릴 KB금융컵 한일 국가대항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청야니(대만)의 과감한 플레이와 미야자토 아이(일본)의 정교한 퍼트를 볼 생각에 설렌다"는 허윤경은 "하나ㆍ외환 대회 목표는 톱10 진입"이라고 씩씩하게 밝혔다. 11월2일 개막할 BS금융그룹 부산은행ㆍ서울경제 여자오픈에 대한 기대도 잊지 않았다. "서경오픈 때 첫 승 소식을 알려드리면 좋겠네요. 첫 승 말고 두 번째 우승이면 더욱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