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월 12일] 중산층에 용기를

택시운전을 하면 만물상이 보인다고 한다. 세태의 변화가 피부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택시를 탈 때마다 운전하는 분에게 물어본다. “요즘 경제가 어려워진다고 하는데 할 만합니까?” “어려워요. 손님이 없어요”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항상 그렇죠”라는 체념형이 있다. “오죽하면 택시 하겠습니까”라는 자조와 반문의 대답도 있다. “할 만합니다. 자기하기 나름이죠”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듣기도 한다. 택시기사는 보통 하루 최소한 10시간 이상 일하는 고된 직업이다. 한 달에 20일 일하면서 매일 사납금 채우기 바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특별히 다른 사람에게 간섭 받지 않고 자기가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것이 장점이라고 한다. 월수입이 궁금해 물어보면 천차만별이다. 한달에 50만원 정도를 집에 갖고 간다고 하는 사람부터 200만원을 번다는 사람도 있다. 일하는 시간과 방법에서 오는 차이로 보인다. 대략 100만원 수준이 아닌가 생각된다.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침체의 한파로 경제를 꾸려나가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서민 가계도, 중소기업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고용불안과 소득감소로 중산·서민층의 생계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중산층은 더 줄고 빈곤층은 늘어날 것이다. 이미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입증된 바다. 중산층의 비중이 지난 1996년 68.73%에서 2008년 상반기에는 54.61%로 낮아졌다. 허리가 약하면 힘을 쓸 수 없다. 나라의 허리는 중산층 아닌가. 중산층을 구하려면 고용창출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즉, 정부는 추가적인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를 진작해야 한다. 고용안정과 일자리 창출이 꾸준히 이뤄지도록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 사회안전망을 더욱 확충해 중산층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서민과 중산층의 경제생활 안정을 위해 금융기관, 특히 서민금융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높여야 한다. 비빌 언덕이 있어야 서민과 중산층이 위기를 극복하려는 용기를 내지 않겠는가. 최근 동창생 한 사람이 택시운전면허를 땄다. 회사를 퇴직하고 나니 마땅한 생계수단이 없어 택시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매사에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래서 모든 친구들은 그가 잘 해내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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