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후지모리(70) 페루 전 대통령이 지난 1990년대 대통령 재임기간 살인과 납치를 명령하는 등 인권 침해를 한 혐의가 인정돼 25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페루 특별재판부는 7일(현지시간) 1심 판결에서 "검찰의 기소 사실이 증명됐다"고 밝히고 이번 재판의 초점이 됐던 일련의 살인, 납치 그리고 대규모 학살 등 인권침해 사건에서 후지모리 피고가 '간접적 원인제공자'라고 판시했다. 후지모리는 1991년 8살 소년을 포함한 15명이 사망한 학살 사건과, 1992년 9명의 대학생과 1명의 교수가 사망한 학살 사건을 허가했다는 혐의와 함께 1992년 저명한 언론인과 기업인을 납치하여 심문한 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후지모리 피고의 딸 게이코 의원은 "이번 판결은 사전에 정해진 것으로 미움과 복수에 가득찬 것"이라고 지적하고 "후지모리를 지지하는 세력은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코 의원은 2011년 대통령 선거에 도전해 당선되면 아버지를 사면하겠다고 공언해왔다. 1심 판결까지 15개월간 계속된 이번 재판은 150차례에 걸쳐 모두 80명의 증인이 나서는 등 페루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후지모리는 이미 권력남용 유죄로 6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으며 이번 재판이외에도 2건의 부패 사건과 관련하여 기소된 상태다. 일본인 2세인 후지모리는 수학 교수와 대학 총장을 지낸 학자 출신의 정치인이다. 지난 1990년 대통령에 오른 뒤 초(超) 인플레이션을 잡아 국민적 영웅이 됐지만 이후 권력부패와 공작정치, 인권탄압으로 인해 민심을 잃었으며 2000년 대통령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