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기업 해외법인 관리 강화] ‘해외법인發 위기’ 사전차단 포석

삼성ㆍLGㆍ현대차 등 주요 그룹들이 해외법인의 위험관리 체제를 강화하고 나선 것은 이라크전 등의 여파로 전세계적인 금융 불안이 확산될 경우에 대비, `해외 법인발 경영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삼성ㆍLGㆍ현대차 등 주요 그룹들이 일제히 글로벌 통합금융센터를 구축하려는 것은 해외 법인의 유동성 및 환관리 실태를 상시 점검하겠다는 의미다. 동시에 금융 비용 절감 및 인력 운영 효율화 등을 통해 각 법인의 글로벌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는 다목적 포석도 갖고 있다. ◇해외 법인 리스크 증폭= 삼성 그룹 관계자는 “유가ㆍ환율 등이 출렁이고 중남미 등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해외법인부터 위기가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의 경우 연초만 하더라도 미국 기업의 설비 수요 회복세 등에 힘입어 세계 경제가 2.5% 내외의 완만한 회복세를 탈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이라크 공격, 국제 유가 급등, 괴질 여파 등 대외적인 악재가 이어짐에 따라 `해외법인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및 위험관리 체제 강화`를 최우선 경영 목표로 급선회한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어 “해외법인의 흑자경영 체제를 가속화, 어떤 경영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방침”이라며 “해외법인의 유동성을 상시 점검하는 한편 글로벌 금융센터를 통해 각종 금융비용을 절감토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금융센터 본격 가동= 삼성전자는 글로벌 `사내결제시스템(netting system)`과 외환관리시스템인 `SAP TR모듈`을 전 법인에 도입할 경우 해외 법인의 거래 내역 및 자금 흐름을 본사에서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연말까지 `글로벌 풀링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해외법인들이 서로 자금을 공유,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 등 비상시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런던ㆍ뉴저지ㆍ베이징ㆍ싱가포르ㆍ도쿄 등 5곳에 넷팅 및 풀링 시스템을 갖춘 지역별 통합금융센터를 가동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법인의 자금을 시스템을 통해 통합 관리한다는 게 글로벌 금융센터의 기본 목적”이라며 “금융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데다 제조ㆍ영업에만 전념할 수 있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오는 6월 홍콩ㆍ베이징에 통합금융센터를 설립하는 한편 올해 말까지 글로벌 넷팅 센터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글로벌 풀링 센터도 도입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이미 전세계 80개 법인과 본사를 잇는 `GFRS(Global Financing Reporting System)`를 구축, 현지법인의 외환 거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외환전문가가 모든 해외법인에 다 나갈 수 없어 그동안 현지 외환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전 해외법인의 자금 및 외환거래를 한눈에 알 수 있어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종 목표는 `사내 은행`= 특히 LG전자 등은 노무현 정부가 당초 구상대로 `동북아 금융 허브` 달성을 위해 제조적 틀을 정비해줄 경우 국내 본사가 해외 법인에 은행 역할을 하는 일종의 `사내은행(In House Bank)`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국내 본사가 해외 은행에서 10억 달러를 대출 받았다면 해외 법인의 필요에 따라 동일 계좌를 통해 빌려 쓴다는 것.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GE캐피탈이나 일본의 소니 파이낸셜 센터 등 선진 기업들은 이미 이 같은 시스템을 운영 중”이라며 “정부가 장기적으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동북아 중심지 건설을 위해서라도 사내 은행 설립이 가능하도록 외환거래법 등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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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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