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니컬슨과 모건 프리먼 주연의 영화 '버킷 리스트'는 시한부 노인들이 '죽기 전 꼭 해야 할 리스트'를 만들어 이를 실천하는 신선한 도전 이야기다. 이 영화 중반 즈음 기억나는 명대사가 있다.
"사람이 죽어 하늘로 갔을 때, 천국과 지옥행을 결정짓는 다음 두 가지의 질문이 있다네. 첫째 질문은,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 둘째 질문은, 당신의 인생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줬는가. 자네 대답은 무엇인가."
한때 웰빙(well-being) 바람이 불었다. 오염되고 복잡한 도시문화 속에서 자연에 가까운 생활과 음식, 문화를 통해 자연에 최대한 가깝게 살자는 게 핵심이었다. 슬로 시티, 슬로 푸드(slow-city, slow-food) 운동도 이런 맥락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이후 '잘 죽는 것도 잘 사는 것 이상 중요하다'는 웰 다잉(well-dying) 운동이 나타난다. 버킷 리스트라는 영화가 던지는 웰 다잉의 화두는 삶에 대한 고찰과 교훈이다. 건강한 음식이나 생활도 중요하지만 가족, 이웃들과의 관계, 사랑, 감정의 회복, 추억을 통한 교감이야말로 웰빙과 웰 다잉의 전제조건이라는 것. 결국 웰빙과 웰 다잉은 관계 회복 운동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한다.
생명보험은 죽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지난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생명보험 상품은 죽음이라는 핵심을 피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1990년대 후반 종신보험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그 후 현재까지 종신보험은 가장이라면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필수품으로 여겨질 정도로 아주 일반적인 생명보험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종신보험의 갑작스런 위상 변화는 무슨 이유 때문일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가장의 역할에 대한 고객들의 고민이 중요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자수성가했던 중산층 고객들이 어려운 시절을 만나 종신보험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 듯하다. 자식이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은 한결 같지 않나.
부모의 경제적 역할을 일부 대신하는 생명보험은 대를 이어가는 가족사랑의 메시지라는 의미 부여, 그것이 바로 죽음의 공포와 부정적 의미를 희석시킬 정도의 강한 메시지로 고객들에게 전달됐기에 종신보험이 선택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많은 부모들의 마음속에 있는 버킷 리스트의 첫 줄에는 자녀들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 버킷 리스트의 내용은 무엇인가. 내가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보고, 실천하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