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가신뢰 걸린 한ㆍ칠레 FTA비준

노무현 대통령이 6일과 7일 잇달아 농민단체 대표들을 만나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불가피성을 설명한 데 이어 국회가 8일 비준안을 처리할 예정이나 정치권이 여전히 책임을 미루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처리여부가 불투명하다. 그동안 낙제점수를 면치 못했던 16대 국회가 `마지막 숙제`마저 처리하지 못한 다면 아마 역사상 가장 무책임한 국회였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한ㆍ칠레 FTA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될 사안이다. 재협상의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국제신인도를 감안할 때 파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농민 피해를 보상하고 농업경쟁력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것은 이미 계획단계를 넘어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집행하느냐 하는 실천의 문제가 됐다. FTA비준안을 하루 빨리 처리하고 농업대책을 조속히 집행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비준안 처리를 미룸으로써 우리가 받는 피해는 점점 더 불어나고 있다. 우리가 한렬Ⅷ?FTA에 서명한 뒤 1년이 가깝도록 비준안 동의를 미루는 사이 칠레 시장에서 국산 자동차의 비중은 2위에서 4위로 떨어지고 잘 나가던 휴대전화 수출마저 위협 받고 있다. 칠레 의회도 우리 국회의 미온적인 자세를 이유로 상원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다. 게다가 올해부터 미국과 칠레 FTA가 발효돼 더욱 큰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FTA를 교역 내용이 단순한 칠레와도 맺지 못한다면 다음 단계인 일본, 중국, 동남아국가연합(ASEAN) 등과의 협상 및 비준은 더 어려워진다. `FTA 소외국`으로 남아있게 되면 `수출 한국`의 앞날을 기약하기 어렵게 됨은 자명한 이치다. 각 정당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국회의원의 자유투표에 맡길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당론을 정해 투표에 임하는 것이 옳다. 말로만 경제살리기를 강조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특히 다수당인 한나라당은 더욱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최병렬 대표는 “대통령 비판 대신 나라와 국민을 살리는 일에 모든 것을 집중하겠다”던 공언을 FTA 비준에서 행동으로 입증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총선을 의식해 비준을 미루거나 반대할 경우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가 될 수가 있다는 것을 유념하기 바란다. 농촌을 살리는 길은 농업의 구조조정에 달렸다. FTA반대가 농촌을 살리는 것인 양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기만이다. 국민들은 그런 기만적인 정치인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이번 일을 교훈 삼아 국책과제를 추진함에 있어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서두르는 자세에서 탈피해 사전에 여론수렴과 국론통일 절차를 효율화하는 행정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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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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