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UAE 원전 건설을 더 큰 희망으로


낙타는 앉을 때 다리를 한 번 더 꺾는다고 한다.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앉을 때는 요란한 소리가 날 것이다. 아랍 사람들 귀에는 이 소리가 '브라카 브라카'라 들린다고 한다.

아랍에미리트(UAE) 서쪽 끝에는 이 소리에서 이름을 딴 브라카란 마을이 있다. 예전 이곳은 진주 조개잡이로 유명했다. 진주를 캐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낙타를 타고 왔는지 마을 이름마저 브라카가 됐다.


지난 5일 석유 매장량 세계 6위인 UAE의 아부다비에서 우리나라의 유전 개발 참여를 확정 짓는 계약 체결 행사에 참석했다. 귀국 비행기에 오르기 전 남은 8시간을 이용해 아부다비에서 270㎞ 떨어진 원전 건설현장을 방문했다. 바로 브라카다.

부가가치ㆍ일자리 창출 효과 쏠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넓은 공사장엔 이미 원자로를 떠받칠 단단한 암반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매일 수천명의 근로자들이 일하고 공사 차량들도 쉴 새 없이 드나든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의 버즈칼리파 건설 때보다 세 배나 많은 시멘트를 공급하기 위한 공장도 자리 잡고 있었다. 주변 모래엔 염분이 많아 500㎞나 떨어진 곳에서 공사에 필요한 모래를 가져온다고 한다.


30여년 전 미국 기술로 첫 원전을 건설한 후 우리나라는 현재 원전기술 자립률 95%를 기록하고 있다. 연말이면 100%를 달성한다. 2009년에는 미국ㆍ일본 컨소시엄과 프랑스 기업을 제치고 UAE로부터 4기의 원전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원전 건설은 500만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대역사로 산업기술의 종합 능력을 보여주는 거대 플랜트다. 우리는 미국ㆍ러시아ㆍ캐나다ㆍ프랑스ㆍ일본의 뒤를 이어 세계 여섯 번째로 원전 수출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봄 기공식에 이명박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자가 참석한 것은 양국에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프로젝트인지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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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금액은 물가 상승분 등을 감안하지 않고도 186억달러에 달한다. 자동차 100만대, 휴대폰 2,300만대 수출과 맞먹는 금액이다. 기술 자립률이 높아 수주금액 기준 외국 기업의 참여비율도 10% 미만이어서 부가가치 또한 대단하다.

그뿐 아니다. 10년 이상 우리가 원전 운영을 지원하므로 대규모 전문인력 파견도 가능하다. 오는 2017년에는 2,0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UAE 원전이 일자리 창출에도 큰 몫을 할 것임에 틀림없다.

현재 세계적으로 건설이 검토되고 있는 원전은 490기가 넘는다고 한다. 세계가 한국 원전의 경쟁력을 인정하고 있으니 우리에겐 기회다. 이미 터키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각국 간 정상회담에서도 원전 건설은 중요한 의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는 원전 수출을 통해 경제 성장은 물론 국내외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원전산업이 미래의 중요한 신성장동력이 된 것이다.

미국도 신규 원전 허가 등 적극적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그럼에도 지난 30여년 동안 원전을 건설하지 않았던 미국이 지난달 신규 원전 건설을 허가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지난해에는 설계수명이 다한 2기의 원전에 대해 사용 연장을 허가했다. 원전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도 안전에 최우선을 둬 원전을 관리하고 있다. 그간의 원전 운영실적이 이를 말해준다. 따라서 보다 많은 국민의 성원을 받는다면 우리 원전산업은 더 힘차게 해외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을 이해시키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사이 차는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했다. 한국 시각으로 새벽 3시이니 기내식은 절대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비행기에 올랐다. 1박3일의 출장이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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