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의 수학 분야 피인용 상위 1% 논문 수는 총 71개로 전체 11위를 기록했다. 1위 미국(1,311건), 2위 중국(475건), 3위 영국(279건), 4위 프랑스(265건), 5위 독일(216건) 등과 비교하면 아직 격차가 큰 편이지만 우리의 수학연구 역사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이공계 전체로 따지면 재료과학(6위), 화학(8위)에 이어 세번째로 위상이 높다.
피인용 상위 1% 논문 비중을 5년 단위로 살펴보면 2002~2006년 0.61%에서 2008~2012년 1.25%로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하듯 국제수학연맹(IMU)에서도 우리나라는 70개 회원국 가운데 G8과 중국·이스라엘이 포함된 최상위 5군 바로 아래 단계인 4군까지 올라왔다. 1981년 1군에 가입돼 1993년 2군에 편입된 뒤 2007년 한번에 2단계나 상향된 결과다.
그러나 눈에 드러나는 성과와는 달리 세계적으로 큰 획을 그을 만한 연구에 있어서는 아직까지도 크게 미흡한 게 사실이다.
필즈상의 경우만 하더라도 일본은 1954년부터 3명의 수상자를 배출했고 중국도 1982년 이미 수상자를 키워냈다. 게다가 2010년에는 베트남조차 동아시아에서 세번째로 수상자를 배출했다. 경제 규모나 국가 위상과 비교할 때 초라한 실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유를 계량적인 부분에 치우친 연구성과 평가 기준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젊은 연구자들이 논문 수가 많을수록 취업·승진에 유리하다 보니 도전적인 주제보다 쉽게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주제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것. 또 고등학교 때까지 수학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학생들이 의대 등 취업에 용이한 학과에 진학하거나 전문직 등을 준비하는 풍토도 국내 수학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혔다.
박형주 서울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은 "우리가 그동안 논문 수 등 양적으로는 많이 성장했지만 젊은 수학자들이 취업·승진 등에 유리한 쉬운 문제에만 집중하다 보니 세계 수학계에 충격을 줄 만한 연구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이번 세계수학자대회 개최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도 위험을 감수하는 연구를 격려하고 실패를 용인해주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