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5년 무관 마음고생?… 보충연습 했다 생각해요

■ JLPGA 데뷔 6년만에 올 시즌 2승 이나리<br>신지애·박인비 등 88년생 또래보다 골프 입문 5년 늦어<br>우승 눈앞서 놓친 후 경기운영 전략 감잡아<br>5년 내 상금왕 목표


"아빠가 골프 한 달 선배세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데뷔 6년째에 2승을 거둔 이나리(25ㆍ사진). 일시 귀국해 지난 1일 서울경제신문을 찾은 그는 골프입문 계기를 묻자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이나리도 '박세리 키즈' 세대라 불리는 1988년생 용띠지만 시작은 달랐다. 아버지 이상열(52)씨가 직업상 필요로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지 한 달 됐을 때 중학교 2학년이던 그녀 스스로가 선택했다. 신지애ㆍ박인비ㆍ김하늘ㆍ김인경 등 88년생 군단이 10살 무렵 골프채를 처음 잡은 것에 비하면 5년은 늦은 셈이다.

그 때문이었을까. 4년 만인 2007년 한국프로골프협회(KLPGA) 회원이 됐고 이듬해 일본 무대에서 투어 데뷔를 했지만 우승은 빨리 손에 잡히지 않았다. 200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년 넘는 시간 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을 법했다. 이나리는 "그동안 골프가 많이 늘었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일본에서는 거의 매주 대회가 있고 연습 환경이 좋아요. 화ㆍ수ㆍ목요일 연습하고 금ㆍ토ㆍ일 경기를 치르니까 골프장에 계속 있는 거잖아요. 늦게 시작한 골프를 코스에서 보충 연습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남들보다 늦었기에 불안감도 없지 않았다. 조건부 시드권자였던 첫해는 번번이 컷오프를 당해 2부 투어에서 받은 상금으로 정규 투어 경비를 대야 했다. 그의 말처럼 실력이 쌓이면서 상금랭킹이 2008년 82위에서 2009년 29위, 2010년 23위, 지난해 22위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리고 지난해 말 마침내 '감'이 왔다.


"우승해서 하는 말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올 시즌을 앞두고 우승할 정도의 실력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해 말부터 성적이 좋아졌고 골프를 대할 때의 불확실함도 사라졌어요. 그동안의 연습량에서 자신감이 커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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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공식을 확실히 배운 것은 우승에 가장 근접했다가 놓친 때였다. 6월 니치레이 레이디스 대회. 최종일 한때 공동 선두에 올랐지만 2타 차 공동 2위로 마쳤다. 이나리는 "기회가 왔을 때 나는 놓쳤고 요시다 유미코는 잡았다"면서 "그날 이후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원인, 경기 흐름과 운영 전략을 생각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골프가 보이니 우승이 왔다. 9월29일 던롭 여자오픈에서 이나리는 공동 선두로 출발해 일본 스타 미야자토 아이(일본)를 1타 차로 따돌렸다. "우승을 쫓아가기보다 내 플레이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너무 지키려다 뒤집힐 수도 있는 분위기였는데 마음을 비우니까 더 공격적으로 잘 갈 수 있었어요." 그는 3주 뒤 후지쓰 레이디스 대회에서 또 한번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서울 방배동 서문여중ㆍ고를 함께 다닌 김하늘(25ㆍKT)로부터 '격하게 축하를 받았다'는 이나리는 일본 생활 첫 2년 동안 무명임에도 지원해준 대상그룹 일본법인 측에 감사의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올 시즌 상금랭킹 11위(약 6억1,400만원)를 달리는 이나리의 비밀병기는 유틸리티 클럽이다. 아이언보다는 평탄하게 쓸어 치는 느낌이 방향성과 스핀 컨트롤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102개 대회 연속 컷 통과로 일본 신기록을 세운 요코미네 사쿠라처럼 꾸준한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또 이번주 미즈노 클래식 등 올해 남은 4개 대회에서 1승을 보태고 5년 안에 상금왕에 오르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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