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9일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쇠고기 사태를 비롯해 공기업 민영화, 대운하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월 대국민담화를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촛불시위에 화물파업까지 겹치면서 갈등이 증폭되자 다시 한번 쇠고기 협상 등 국정 전반에 대한 ‘뼈저린’ 반성의 뜻을 밝히고 새로운 출발에 협력해줄 것을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6월10일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행렬을 보면서 국민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질책했다”고 언급해 5월22일 대국민담화 때보다 사과의 수위가 훨씬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특히 쇠고기 재협상에 나서지 않은 배경에 대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훼손돼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럼에 불구하고 “만일 (미국이 우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고시를 보류할 것”이라며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불가 원칙을 분명히 함으로써 쇠고기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이날 특별기자회견은 곧 이어 단행될 청와대 비서진 개편과 개각에 앞서 새 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과의 ‘쇠고기 파동’ 추가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고 화물연대 등의 파업도 수습국면을 맞은 것과 때를 같이해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국정운영의 전기를 마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의 약속한 국정 스타일 변화는 곧 있을 청와대 수석 및 일부 각료를 포함한 인적쇄신을 통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의 경험과 반성을 토대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인적쇄신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이제 대통령의 각오와 약속을 믿고 촛불시위ㆍ파업 등과 같은 갈등에서 벗어나 경제 살리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지금 경제사정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의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고유가 충격으로 서민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고물가 속 경기 후퇴, 국제수지 악화 등으로 이러다가는 환란과 같은 위기가 또 닥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더 이상 갈등과 혼란으로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정치권도 하루빨리 국회를 정상화시켜 정부가 마련한 추경 심의를 비롯해 민생을 챙겨야 한다. 정부의 잘못만 물고 늘어지면서 국회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일이다. 이 대통령의 담화를 계기로 분열과 갈등을 접고 경제 살리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