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가 남아 있더라도 다른 은행에서 추가로 대출을 받는 게 어려워진다.
20일 금융감독원은 그동안 선ㆍ후순위 구분 없이 적용되던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를 후순위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75%로 높이는 내용을 담은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을 예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LTV 60% 이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선순위와 후순위 모두 위험가중치 35%를 적용했지만 앞으로 후순위에는 75%를 적용해야 한다.
가령 A은행에서 LTV의 30%에 해당하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B은행에서 추가로 30%를 대출할 경우 후순위에 해당돼 75%의 위험가중치가 적용된다. LTV가 60%를 넘을 경우 현행처럼 선ㆍ후순위 관계없이 75%가 적용된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선순위와 후순위는 부도가 났을 때 회수율이 다르기 때문에 위험가중치를 차등화한 것”이라며 “미국과 일본도 이미 차등화했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가 높아질 경우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의 하락을 막기 위해 자본을 더 많이 쌓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은행들이 후순위 주택담보대출을 꺼리고 되고 대출을 받기도 지금보다 어려워지게 된다. 이는 최근 수도권 LTV의 하향 조정 등과 맞물려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조치에도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후순위가 차지하는 비중은 5% 안팎에 불과하다. 실제 정책적 파급 효과보다는 주택가격 상승 심리를 견제하고 은행권의 부동산 관련 대출을 우회적인 압박하려는 의도가 강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