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6일 한미FTA 3차 협상을 앞두고 21일부터 이틀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별도의 의약품 작업반(워킹그룹) 협상은 3차 협상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나침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협상은 미국이 우리 측의 의약품 선별등재 방식(포지티브 시스템)을 수용한 데 따라 열리기 때문에 한층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미측 공세 한층 강할 듯=미국은 지난 7월 2차 FTA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가격 대비 효능이 우수한 약만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의약품 선별등재 방식’(포지티브 시스템)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미측은 이 제도가 환자의 신약접근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실상은 자국 거대 제약사의 신약 판매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도 정책 주권에 해당하는 문제여서 양보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혀 2차 협상이 막판 전면 중단되며 파행으로 치달았다. 돌파구는 이달 초 미측이 포지티브 시스템 수용의사를 밝히면서 열렸다. 미측은 대신 건강보험 의약품 등재 및 약값 결정 과정에 미 업계의 공식적인 참여 등을 겨냥하며 별도 협상을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미측이 애초부터 포지티브 시스템의 백지화보다는 구체적인 시행방법에 미국 업계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반영하는 데 목적을 두고 2차 협상에서 강수를 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싱가포르 별도 협상이 없더라도 4일간의 3차 협상 기간을 모두 활용하면 2차에서 나가지 못한 진도를 맞출 수 있다. 2차협상에서 의약품 협상일정은 이틀에 불과했다. 통상전문가들은 미측이 “3차 협상을 볼모로 의약품 분야에서 구체적 성과를 얻어내려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허기간 연장 등 요구 예상=미국 제약업계는 의약품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시장도 상당 부분 잠식했지만 국내의 불투명한 제도와 관례로 성이 차지 않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미국 업계의 경쟁력을 온전히 보호할 각종 장치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우선 신약의 특허권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일반적인 신약의 특허기한은 20년인데 미측은 최장 5년 가량 연장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권이 길어질수록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제약업체의 수익은 늘어나고 국내 소비자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또 국내 제약사의 카피약 제조ㆍ판매 허가과정을 까다롭게 하고 오리지널 의약품의 임상시험 자료독점권을 강화해 비슷한 신약이 생산되는 것을 어렵게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정부의 포지티브 시스템을 골자로 한 약값 적정화 방안과 관련해서는 미측 다국적 제약사들이 의약품 등재 및 약값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독립적인 이의신청 기구를 설치하라고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측 협상단이 싱가포르에서 미측의 이 같은 거센 요구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방어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