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부패근절, 청탁근절에서 시작돼야


#1 중앙부처 한 국장급 간부 공무원은 산하기관이 운영하는 골프장에 예약을 요구하다가 징계를 받았다. #2 광역자치단체 한 과장은 고교 후배 주사급 공무원이 사무관 승진시험 준비를 하도록 3개월간 근무지를 벗어나 독서실에서 공부하도록 배려했다가 처벌됐다. #3 기초단체 국장은 직무와 관련 있는 직능단체 협의회 소속 570명에게 아들 결혼식을 알리는 문자를 보냈다가 징계를 받았다. 설날 선물 성수기를 앞두고 부패예방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위와 같은 공직자들의 행동강령 위반사례들을 정리한 '공직자행동강령 사례집'을 발간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직자 행동강령은 공무원과 공기업 같은 공직유관단체 임직원들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지켜야 할 행위기준과 추구해야 할 가치기준을 규정한 것이다. 강령은 공직자의 청렴성과 공정성 확보를 통해 공직사회 전반의 윤리성을 제고하고 이를 견인차 삼아 공정·투명한 사회를 구현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행동강령(대통령령) 시행 첫 해인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국민권익위 부패신고센터(국번없이 1398)와 공직자 행동강령 상담코너를 통해 들어온 사례를 간추린 이 사례집은 공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위반사건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어 윤리교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직자가 선물을 주고받을 때에는 명절은 물론 평상시에도 행동강령 위반 여부를 잘 살펴야 한다. 절친한 지인이라 하더라도 직무관련자에 해당된다면 어떠한 선물도 받을 수 없다. 선물이 직무상 판단을 흐리게 해 직무수행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부패유발 취약분야라고 일컬어지는 인ㆍ허가, 물품계약, 단속ㆍ점검 관련 업무에서 특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 같은 공직자끼리도 서로 직무관련 관계에 있다면 통상적인 관례의 범위(3만원 이내)를 넘는 선물을 주고받아서는 안 된다. 선물로 직무상 공정성이 저해될 소지를 미연에 차단함은 물론 나아가 선물비를 마련하기 위해 예산을 편법ㆍ부당하게 집행하는 부가적 부패행위를 근절하고자 함이다. 행동강령에서 선물이란 물품ㆍ유가증권ㆍ입장권 등 경제적 가치를 지닌 모든 것을 말한다. 이러한 선물을 대가 없이 또는 시장가격이나 거래관행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가액으로 제공하는 경우 '선물제공'이 된다. 또한 음식물ㆍ골프접대나 교통과 숙박 편의 제공도 '향응제공'이라 하여 선물과 마찬가지로 그 수수를 제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교장이 학부모로부터 30만원 상당의 양주세트를 설 선물로 받거나 같은 학교 교사로부터 20만원 상당의 지갑세트를 받은 경우는 각각 행동강령 위반이다. 직무관련자ㆍ직무관련공직자로부터 선물을 수수했기 때문이다. 위탁 급식업체 사장이 비용을 대 해외 골프여행을 다녀온 경우 이는 향응제공으로 행동강령 위반이다. 공직자들은 명절 때마다 행동강령대로 통상적인 관례의 범위에서 간소한 선물을 주고받아 깨끗하고 건전한 공직사회 풍토가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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