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인 선물 “대량 사자” 단가차익 겨낭한듯

외국인들이 선물을 대규모로 사들이며 프로그램 매수세를 유발한데 힘입어 오랜만에 종합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올랐다. 그 동안 좀처럼 보이지 않던 모습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선물을 대량으로 거둬들인 배경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선물시장에서 외국인들은 1만1,519계약을 순수하게 사들이며 현물시장에서 매도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금액으로는 6,600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로 올 들어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외국인들의 선물 매수는 선물가격을 끌어 올리며 프로그램 매수세를 유발했다. 선물가격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비싸진 선물을 팔고 대신 저렴한 현물을 사들이는 프로그램 매수세(차익거래)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날 들어온 프로그램 매수는 1,860억원 규모로, 개인과 외국인의 현물매도를 극복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이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는 18.56포인트(2.14%)나 크게 오른 883.42포인트로 마감하며 다시 880선으로 올라섰다. 이날 상승 폭은 지난 1월 9일 21포인트 오른 이후 최대다. 이날 시장 움직임은 이전의 시장모습과 차별화된 양상을 보였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그 동안 주식시장은 줄곧 현물시장 외국인들의 움직임에 좌우되는 흐름을 보여왔지만, 이날 만큼은 선물시장 외국인들의 영향력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선물시장 외국인들의 부각은 현재의 지지부진한 장세가 만들어낸 반작용으로 풀이했다. 현물시장의 주도주와 주도세력 부재현상이 상대적으로 선물시장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력을 증폭시켰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투기적인 선물시장 외국인들이 이탈할 경우 주식시장에 일시적인 충격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선물매수는 이익극대화 노린 투기적 목적=외국인들이 이날 선물을 1만1,000여계약이나 사들인 것은 이례적이다. 그간 외국인들은 선물시장에서 하루 사고 하루 파는 불규칙한 매매패턴을 유지해 왔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선물 대규모 매수가 시장의 약한 고리를 뚫고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투기적인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윤영호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이 선물을 대거 매집한 것은 프로그램 매수세를 통해 지수를 끌어올려 선물 매수에 따른 이익을 극대화시키려는 속셈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미국 증시의 조정 등으로 외국인들의 현물매매가 잠잠해진 점도 선물시장 외국인들이 그들의 의도대로 시장 주도권을 잡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증시반등 노린 선행매매는 아닌 듯=이날 외국인들의 선물 매수를 놓고 시장에서는 북핵 위기 해결 기대감이나 FTSE 선진국 지수 편입 전망 등이 외국인의 선물매수를 자극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선물시장 외국인들의 선행매매가 문제가 됐을 때에는 외국인들이 선물과 현물을 동시에 사거나 파는 모습을 보였다”며 “하지만 선물을 대거 사면서 현물을 팔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의혹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일각에서는 증시의 조정 마무리와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한 선취매 성격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반등을 기대할 만한 뚜렷한 모멘텀이 아직 부각되지 않고 있는데다 포지션을 들고 주말과 3ㆍ1절 휴일을 넘겨야 한다는 시간적 리스크도 만만치 않은 점을 감안할 경우 이 같은 목적으로 보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선물 포지션 청산시 일시적 충격 대비해야=외국인들의 대규모 선물 매수가 투기적 목적이 강할 경우 포지션을 단 기간에 청산해 이익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미 이날 시장도 예상 외로 크게 뛰어 올라 선물을 산 외국인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이익을 거둔 상태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이익확보 차원에서 선물매도에 나설 경우 시장에 일시적 충격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분석이다. 황재훈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다음주 후반부터는 3월 동시만기의 영향권에 들어가는데다 외국인들의 선물 매수 포지션 청산까지 겹칠 경우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며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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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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