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密雲不雨의 2006년을 보내며

다사다난했던 병술년도 저물고 있다. 어렵고 힘들었던 만큼 송년의 감회가 각별하다. 돌이켜보면 금년은 안팎으로 수많은 시련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충격은 북한의 시대착오적인 핵실험이었다. 우리는 지구상 유일한 냉전지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고 일본경제를 부흥시킨 고이즈미시대에 이어 아베시대가 열린 것도 지구촌의 큰 변화였다. 중국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가들이 약진한 가운데 강대국들의 에너지확보전이 가열되면서 고유가에 시달린 것도 석유 한방울 안나는 우리로서는 큰 어려움이었다. 눈을 안으로 돌리면 조용하고 편안한 날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불안한 한해였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정치 경제 사회 모든분야가 대결과 갈등, 마찰과 불만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도 경제난이 삼화되면서 일부계층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장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참여정부가 고집스럽게 내놓는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부동산광풍이 몰아치면서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은 더 멀어지고 말았다. 균형개발 바람을 타고 전국의 땅값도 치솟아 가진 자와 못가진 자간의 격차도 엄청나게 벌어졌다. 이렇게 부동산불패신화가 기승을 부리면서 너도 나도 돈을 빌려 집을 사다보니 가계부채가 눈덩이 불어나 우리경제의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떠 올랐다. 세금폭탄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공정전이 이어졌고 한미FTA 반대시위에 따른 국력낭비도 엄청났다. 한때 사행성 오락게임장 ‘바다이야기”파동으로 온 나라가 도박바다에 익사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반기문 전 외교부장관이 국제외교무대의 꽃이라는 유엔사무총장에 선출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올해를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교수들이 만든 밀운불우(密雲不雨)라는 말만큼 정확한 표현도 없을 것이다. 구름이 짠뜩 끼엊는데 비는 안오니 답답하지 않을수 없다. 내년에는 시원한 비가 내려주기를 기대하며 송년의 마음을 달래본다 불안스럽기는 새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에 대해서도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휠씬 우세합니다. 빚더미에 짓눌려 상황에서 민간소비가 회복되기는 어렵고 기업들도 투자할 마음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수출이 유일한 희망이지만 가파른 환율하락 때문에 남는 것이 별로 없는 장사를 할 공산이 커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일자리 창출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벌써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달아오르고 있는 대선도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온갖 공약이 난무하는 가운데 사회가 표를 의식한 정치논리가 기승를 부리게 되면 정상적인 경제활동은 그만큼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새해를 맞아 각계 각층 모두 더욱 단단한 각오가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