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동차 업계 노사협상에 산별(産別)교섭 문제가 또 다른 쟁점으로 등장했다. 자동차 노사협상은 그렇지 않아도 해마다 파업이 벌어질 정도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실정인데 새로운 걸림돌까지 생겼으니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오늘부터 산별교섭을 위한 상견례를 가질 예정이나 사용자 측의 핵심인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3사가 산별교섭에 응하지 않기로 해 시작단계부터 순탄치 않은 모습이다.
민주노총은 이석행 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올해를 산별교섭의 틀을 완성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한 데서 보듯 산별교섭 관철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위원장은 산별교섭이 불가능할 경우 민노총 차원에서 적극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으며 금속노조도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오는 6월 말 집중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반면 자동차 업계는 이중교섭 등의 폐해를 이유로 교섭에 참여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교섭 내용은커녕 교섭형태에서부터 이렇듯 양측의 입장이 다르니 앞으로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산별교섭은 노조의 협상력을 높이는 측면이 있지만 기업의 경쟁력 약화 등 문제점도 크다. 우선 같은 업종이라도 각 기업마다 회사의 고용ㆍ경영상황 등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협상조건을 적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중교섭의 문제가 생긴다. 산별협상이 이뤄졌으면 그것으로 끝나야 하는데 그런 경우는 드물다. 기업 사정이 저마다 다르니 개별 기업이 또다시 단위노조와 협상을 벌이는 것이다. 번거로운 절차로 인한 낭비와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이는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산별노조의 원조격인 유럽은 이제 개별노조로 전환하는 추세다. 그런데 우리 노동계는 반대로 가고 있으니 답답하다.
우리 자동차 산업은 지금 일본 등 선진 업체의 견제와 환율하락 등에 따른 경쟁력 약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의 현대차 판매대수가 지난 4월 30%나 급감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총력을 기울여도 헤쳐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노사문제가 발목을 잡으면 그 결과가 어떨지는 뻔하다. 노동계는 유럽 노조의 변화와 세계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헤아려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