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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관리제 '솔로몬의 해법' 가능할까

시 '고무줄 공사비' 막으려 도입… 사업비리 축소 놓고 평가 갈려

공공관리제도 큰 틀 유지하되 투명·자율성 높이는 대안 시급


지난 2006년 마포구 아현4구역 재개발조합이 조합설립동의서를 받으면서 조합원에게 제시한 공사비는 3.3㎡당 239만원이었다. 2003년 3월 이 사업을 수주한 GS건설이 제시한 액수였다. 1년여가 지난 2007년 본계약에서 공사비는 3.3㎡당 396만5,000원으로 훌쩍 뛰었다. 4년 만에 무려 66% 오른 것이다. 당시 GS건설 측은 "설계변경과 물가상승으로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고 조합은 관리처분총회에서 이런 내용의 본계약을 조합원 55%의 찬성으로 관철시켰다. 문제는 2년 뒤 공사비 증액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내홍을 겪던 아현4구역은 관리처분계획이 통과된 지 7년여 만인 올 4월에서야 착공될 수 있었다.

2010년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도를 마련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공사비에 있다. 당시만 해도 설계변경이나 물가상승을 이유로 시공사가 공사비를 고무줄처럼 늘리는 게 관행처럼 돼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 바로 공공관리제인 셈이다.

실제로 2000년대 중후반에 본계약을 체결한 사업지들을 보면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체결한 가계약 이후 공사비 상승률은 연간 10%에 육박한다. 2008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자료에 따르면 금호19구역은 2003년 가계약 당시보다 2007년 본계약 때 3.3㎡당 공사비가 129만5,000원이나 올랐다. 가재울4구역은 가계약 이후 1년여 만에 체결한 본계약에서 3.3㎡당 공사비가 무려 60만원이나 뛰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수주경쟁이 치열해 건설사들이 일단 가계약 때 낮은 공사비로 사업을 따놓은 뒤 공사비를 올려 본계약을 체결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그 과정에서 조합과 정비업체 등으로 돈이 흘러가면서 각종 부조리도 양산되기 시작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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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관리제 자율화를 놓고 벌어지는 국토부와 서울시의 논쟁에서 핵심은 이처럼 공사비를 둘러싼 부조리 등이 근절됐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한 업계의 진단은 엇갈린다. 업계의 관행이 많이 바뀌었다는 쪽과 그 역시 공공관리제 때문이라는 쪽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다만 시공사가 설계변경을 이유로 사업을 차일피일 미루며 사업비가 늘어나는 구조는 여전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예가 출혈 수주의 대명사로 꼽히는 고덕지구다. 고덕지구는 7개 재건축 추진 단지 중 주공2단지만 공공관리제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공공관리제를 자율화하는 것보다 공공관리제의 틀 안에서 민간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비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미 경기도가 공공관리제 선택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신청한 곳은 하나도 없다"며 "정비사업의 비리를 양산하는 구조를 없애기 위해서는 공공관리제도가 무엇보다 필요하고 그 안에서 조합이 자율성과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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