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기 'L자형 부진' 탈출, 완만 회복세 확인

■ 2분기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br>수출 증가율 전분기의 두배·제조업은 3.6% 성장<br>SOC재정 조기 집행등 일시적 상승 요인도 작용<br>GDP·GDI격차 줄었지만 소비개선폭 크지않을듯


올 2ㆍ4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국내 경기가 저점을 통과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데 무게중심이 실리고 있다. 실질 국내총소득(GDI) 성장률도 국내총생산(GDP)과 격차를 좁히면서 체감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하지만 올 2ㆍ4분기 성장률이 높아진 데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교체나 사회간접자본(SOC) 재정의 조기집행 등 일시적인 상승 요인도 작용했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경기개선 추세가 확인됐지만 그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는 얘기다. 3ㆍ4분기 성장률도 2ㆍ4분기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완만한 경기회복세 확인=25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2ㆍ4분기 실질GDP는 전 분기 대비 1.7%, 전년동기 대비로는 4.9% 성장했다. 전 분기 대비 GDP 성장률이 지난해 2ㆍ4분기 0.8%에서 3ㆍ4분기에 1.2%로 높아졌다가 4ㆍ4분기 0.9%, 올해 1ㆍ4분기에도 0.9%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L자형’ 부진에서 탈출하는 모습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수출의 지속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투자 증가율이 높지 않았는데 2ㆍ4분기에는 설비투자 등이 성장을 주도했다”며 “본격적인 경기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2ㆍ4분기 성적표에는 일시적인 요인도 작용했기 때문에 일각의 분석처럼 ‘GDP 서프라이즈’라고 부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광준 한은 경제국장은 이날 2ㆍ4분기 실질GDP 성장률이 예상치를 웃돈 데 대해 “경제 자체가 강하게 ‘업턴(상승세로 전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전망치에서 벗어났다기보다는 예상범위 내 높은 수준”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 경기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좋은 ‘상저하고(上低下高)’ 모습으로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조업ㆍ수출이 경기회복 주도=2ㆍ4분기 성장률이 호조를 보인 이유는 제조업과 수출이 선방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제조업은 반도체ㆍ선박 및 승용차 등의 호조로 전기 대비 3.6%나 성장했다. GDP 성장에 대한 성장 기여도도 전분기의 -0.3%포인트에서 2ㆍ4분기 1.1%포인트로 껑충 뛰었다. 전체 성장의 65%가량을 제조업이 메운 셈이다. 수출도 1ㆍ4분기 2.7% 성장에서 2ㆍ4분기 5.2%로 두배가량 증가폭을 키우면서 GDP 성장기여도는 전분기 -0.8%포인트에서 0.4%포인트로 올라섰다. 반면 내수는 여전히 회복세가 미미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정밀기기 등 기계류 투자를 중심으로 전기 대비 3.5% 성장해 호조세를 이어갔지만 전 분기 4.4%에 비해서는 떨어졌다. 서비스업의 경우 전기 대비 성장률은 1.1%로 전 분기 1.2%와 별 차이가 없는 가운데 금융보험업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특히 건설업 성장률은 토목건설과 건물건설 부진 등으로 전분기 1.4%에서 2ㆍ4분기 -1.8%로 내려앉았다. 이에 따라 내수의 GDP 성장기여도가 전 분기 1.3%포인트에서 0.9%포인트로 낮아졌다. ◇체감경기 개선폭 크지 않을 듯=GDI는 전 분기 대비 1.5%, 전년동기 대비 4.5% 성장했다. GDP 성장률과의 격차도 0.2%포인트로 줄었다. 경제가 성장한 만큼 국민들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체감경기도 나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처럼 GDP와 GDI 성장률 격차가 줄어든 것은 국제유가 상승폭이 완화되고 반도체 가격 하락폭이 진정되면서 교역에 따른 무역손실폭이 상대적으로 완화됐기 때문이다. 2ㆍ4분기 실질 무역손실액은 전 분기 18조5,000억원에서 19조원으로 확대됐지만 손실액 증가폭은 전 분기 2조5,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대폭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2ㆍ4분기 GDI 성장률이 높아진 것은 과거 성장률이 워낙 나쁜 데 따른 기조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또 소득이나 일자리도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2ㆍ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 분기보다 크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국장은 “도소매업의 구조조정이 활발하지 못하고 고용여건도 큰 폭으로 개선되지 못한데다 가계부채가 소비에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며 “다만 완만한 소비회복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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