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줄기세포주 등록에 대한 판결은?

■법정에 선 과학(쉴라 재서너프 지음, 동아시아 펴냄)



법과 과학의 이분법적 구분에 반기
"상호작용으로 서로에게 영향" 주장
존엄사·대리모등 구체적 사건 다뤄
황우석 박사가 서울대 재직시절 수립한 줄기세포주 등록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던 질병관리본부와 황 박사가 최근 법정에 섰다. 질병관리본부가 과학적ㆍ윤리적 문제를 지적하며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주 등록을 거부하자 황 박사 측이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며 행정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재판부 스스로가 구체적인 과학적 사안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우므로 공신력 있는 기관의 과학적 검증을 통해 밝혀갈 것"이라며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비단 황우석 사태뿐 아니라 광우병 파동이나 만삭 의사 부인 살해 사건 등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들은 '발생했다'는 단순한 사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치열한 진실 공방 속에서 법정은 과학을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하며 서로 돕는가 하면, 때론 '진실을 추구하는 과학'과 '정의를 구현하려는 법'이 거세게 충돌하기도 한다. 제한된 시간 내에 결론을 내려야 하는 법은 과학적 진실보다는 진술된 증언 같은 확인된 사실에 의해 판단을 내린다. 반면 과학은 법정 증언과 같이 과학자 자신의 지식과 관찰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철저히 무시한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법과 과학은 자주 부딪치며 심지어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과학기술학을 총괄하고 있는 저자는 두 제도가 어떻게 상호 작용하고, 서로를 구성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법정 소송은 과학기술의 변화에 따른 난해한 법적ㆍ정치적ㆍ철학적 질문을 검토할 수 있는 기회"라며 "과학기술이 합법적이고 유용한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시민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적절한 제도와 절차를 수립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원자력 발전, 환경에 영향을 주는 화학 물질, 베트남 전쟁 같은 거시적 주제가 중요하게 간주됐지만 최근에는 인간 복제, 유전자변형 식품, 기후변화, 지적재산권 등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과학기술을 규제하는 동시에 방향을 제시하는 법의 존재와 권위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 저자는 법과 과학을 둘러싼 기존의 담론을 확장시키기 위해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주장을 펼친다. 첫 번째는 법과 과학을 독립된 실체로 간주하는 실재론적 접근 방식에 대한 반론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법과 과학을 명확하게 구분함으로써 각각의 영역에 부여된 '전문성'과 '자율성'을 강화하지만 이러한 접근법이 각 영역을 '전문가주의'라는 덫에 빠뜨리는 안이한 해법이라고 지적한다. 기존의 법리적ㆍ과학적 사실들은 늘 서로 맞물린 채 사회적ㆍ정치적 맥락 속에서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허물어지는 과정의 산물이라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두 번째는 법이 과학 발전보다 항상 뒤처져 있는 것으로 간주해 온 기존 통념에 대한 비판이다. 저자가 진행한 사례 연구에 따르면 사법적 절차가 특정한 과학 담론 및 관련 기술이 발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뒷받침하기도 했다는 것. 세 번째는 기술에 대한 민주적 의사결정에서 법의 역할에 대한 주장으로, 저자는 "법정은 권력을 행사하는 여러 행위자들의 전문성이나 전문기술을 각종 행정규제, 법의학, 기업책임이라는 맥락에서 제어함으로써 민주주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최적의 장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에는 저자의 이러한 논점들이 미국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들 속에서 펼쳐진다. 존엄사를 허락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뇌성마비 환자, 화학ㆍ생물학무기 실험용 설비의 건축에 반대하는 소송, 대리임신으로 출산한 아이의 양육권을 주장한 여성 등의 사례를 통해 법과 과학의 만남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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