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국민연금 몸집 커지는데 해외진출 낙제점… 운용인력 확 늘려야

[글로벌 자본전쟁-한국의 길을 찾는다] <7> 해외투자 인프라 구축 시급한 국민연금



2020년 해외투자 254조 예상 불구 투자처 발굴 인력은 고작 9명 그쳐

싱가포르 '테마섹' 벤치마킹… 고용안정·성과보상체계 마련


우수 인력 모으고 이탈 방지 필요

해외 연기금처럼 투자 별동대 조직, 현지 사무소 늘려 정보력 키워야


#1. 미국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인 크라이슬러빌딩(Chrysler Building) 55층에 네덜란드 공무원연금(ABP)의 헤지펀드 투자를 총괄하는 독립 투자법인 '뉴홀랜드캐피털(New Holland Capital)'이 자리 잡고 있다. 헤지펀드 투자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 20명으로만 구성된 이 '헤지펀드 별동대'는 약 150억유로(2014년 말 기준·약 19조2,300억원)의 자금을 운용한다. 이들은 운용자산 대부분을 헤지펀드에 직접 투자해 지난해 2조9,000억원을 벌어들였다. 17%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2. ABP(약 441조)와 자산규모가 비슷한 국민연금(469조8,229억원)은 내년 기금운용 역사상 최초로 해외 헤지펀드에 전액 재간접 형태로 1조원을 신규 투자할 계획이다. ABP가 지난 1992년에 헤지펀드 투자를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무려 24년이나 늦었다. 또 헤지펀드 투자를 담당할 팀을 구성하는 것 역시 숙제다.

관련기사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거대한 기금규모에 비해 국내 시장은 협소하고 더구나 저성장·저금리 기조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갈수록 어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 투자에 대한 국민연금의 인프라는 낙제점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싱가포르 테마섹의 '철밥통' 고용=우선 인력 측면에서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테마섹은 약 400명의 운용역들에게 전원 정규직 고용체계를 보장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운용역들은 65세까지 정년을 보장받는다. 더불어 테마섹은 싱가포르 현지 금융회사 수준의 높은 연봉을 직원들에게 기본 보수로 제공하며 매년 일정한 성과급도 지급한다. 이는 운용역은 모두 3년 단위 계약직 체계를 적용 받는 탓에 우수인력을 끌어들이기는커녕 오히려 인재이탈을 걱정하는 국민연금과는 정반대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만난 테마섹의 한 관계자는 "적정한 보수 체계와 높은 고용안정성을 보장해줘 능력 있는 인재들이 회사에 충성심을 갖고 오랜 기간 근무한다"며 "인력 구성 역시 중국·인도·미국 등 외국 출신이 5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운용인력의 '양적' 측면에서도 테마섹은 모범사례다. 지난해 말 기준 테마섹의 총 운용규모는 2,230억싱가포르달러(약 189조원) 수준이며 운용역은 400명을 웃돈다. 1인당 4,725억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운용인력 수는 156명, 자산규모는 470조원으로 1인당 운용규모가 3조원 수준에 육박한다. 삼정KPMG의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 적정 인력규모는 올해 281명, 오는 2016년 334명, 2017년 398명으로 매년 늘어난다.

◇국민연금 해외 인력 9명에 불과=국민연금의 '2016~2020년 자산배분안'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102조6,000억원(자산비중 21.9%) 수준인 해외 투자규모를 내년 말 131조1,000억원(23.1%), 그리고 2020년 말에는 30% 이상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2020년 기금규모를 847조원으로 가정하면 해외 투자규모가 254조(30%)까지 불어나는 것이다. 5년 내 150조에 육박하는 기금을 토대로 해외 자산을 사들여야 하나, 운용체계가 미비한 실정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뉴욕·런던 등 해외 사무소에서 현지 투자 기회 발굴에 종사하는 인력은 고작 9명에 불과하다.

반면 해외 주요 연기금들은 일찌감치 해외 현지에 '투자 별동대' 조직을 대거 파견하는 방식으로 해외 투자 건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 캐나다연금운용위원회(CPPIB)는 2008년 홍콩과 런던에 현지 지사를 설립했다. 홍콩지사에는 44명의 인력이 아시아 주요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현지 투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유럽을 커버하는 런던지사 인력도 64명에 달한다. 더불어 CPPIB는 지난해 2월 브라질 상파울루에 지사를 설립했으며 10월에는 인도 뭄바이에도 현지 지사를 개소할 계획이다. 테마섹 역시 수십 명의 운용인력을 중국과 인도 현지 지사에 각각 파견, 아시아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전략실장은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매년 국민연금에 대체투자를 전체 자산의 14%까지 늘리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국민연금 측은 단 한 번도 대체투자 비중을 10% 넘긴 적이 없다"며 "대체투자 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내부 인력 구성·운용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