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가안보 다시보자/이달환 국가과학기술정책관리연 정책단장(시론)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 국민 모두는 답답했던 냉전시대의 터널을 지나 이제는 크게 기지개를 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이 붕괴되면서 근 반세기 동안 드리워져왔던 냉전의 커튼이 걷히는 가운데 냉전의 마지막 유물로 남은 한반도에도 조만간 평화의 조짐이 나타날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을 주저하지 않았다.한편, 국내에서는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이제 우리 국민도 자유롭고 안정된 국가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긍지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의 이러한 희망을 충족시키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 몇가지 일련의 사건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한총련사태와 「깐수」의 진술에서 드러났듯이 현재 우리 사회내 체제 파괴세력의 실체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으며, 특히 「깐수」사건에서 보듯 간첩들은 합법적 신문을 취득한 후 철저히 위장하고 간첩, 반국가사범활동내지 은연중 북한체제의 찬양 등을 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국내에서도 국제범죄 조직에 의한 마약·총기·위폐 밀반입·밀수 등이 급증하고 있고 북한이 국제범죄를 대남공작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어 이에 대한 국가차원의 대처가 절실한 실정에 있다고 본다. 북한이 잠수정을 이용해서 무장공비를 대거 남파하여 국가 중요시설의 기밀에 접근하려다 발각되었음이 분명히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이 남한의 조작극이나 날조가 아닌가 의심하기도 하고, 공비잔당들을 불쌍히 여기는 언행을 불사하고 있으니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은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 우리 사회에 너무나 가깝게 다가와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고 이제는 국가안보와 사회안전에 대한 우리의 경각심을 더욱더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면 냉전의 종식과 문민정부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커지고 있는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대처를 위해서는 국민의 안보의식 환기와 사회의 치안질서 확립이 우선적인 전제조건이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다 조직적인 대책이 모색되어야 한다. 미국의 중앙정보부(CIA)는 냉전의 종식과 함께 구소련의 군사정보를 위주로 한 기존의 정보표적을 상실함으로써 그 기능이 심각하게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기관이 축소되지 않고 오히려 그 기능이 확장되었다. 새롭게 대두되는 안보위협인 대량파괴병기의 확산, 민족분쟁, 국제마약거래, 테러를 포함하여 심지어는 환경문제, 경제·기술문제에까지 그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도 국가안보기능에 대한 발상을 과감히 전환하여야 할 시점이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국가안전기획부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보강하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법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우리의 국가사회에 현재화되고 있는 중요하고 심각한 안보위협에 대해 조직적이고 종합적으로 대처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과거에 문제가 되었던 정치사찰이나 인권침해 등이 재연되지 않도록 국회 등의 감시·감독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첨단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안보위협의 수법이 고도로 전문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처하는데 있어서도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잠수함의 침투, 국가기간전산망에 대한 해킹, 침투경로의 세계적 확장 등 새로운 형태의 첩보전에 대응하기 위한 보안 관련 과학기술능력의 축적이 있어야 한다. 이제는 세계적으로 폭넓게 확장되고 있는 첨단정보전에서도 우리가 능동적으로 대비하여야 할 때인 것이다. 우리의 국가안보기능이 이러한 첨단정보전에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때 90년대초 우리 국민이 가졌던 희망인 국가안보와 사회안전의 자주적인 확보가 명실공히 보장될 수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이달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