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들은 최근의 주식시장 활황이 실물경기를 반영하지 않은 금융장세이지만 장기적으로 한국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고있기 때문에 주식시장 호조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그러나 아직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정크본드 수준이고 기업구조조정 효과가 미지수로 남아있는 등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진 것이 없어 본격적인 외국자본 유입은 당분간 힘든 것으로 전망했다.
◆증시활황 배경·전망=기본적으로 금리하락에 따른 금융장세다. 등락폭이 심한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것이며 조정과정을 거치면서 20% 가량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게 지배적 견해다. 그러나 한국경제를 장기적으로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꾸준한 대세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엥도수에즈 더블유아이카증권 김현기 이사는『내년 초까지 조정기간을 거치며 450선까지 내려간 후 꾸준한 강세장이 펼쳐질 것이다』고 말했다. 메릴린치 인터내셔널 인코포레이티드 증권의 박광준이사는 최근의 최고점인 590대에서 20%의 주가하락을 예상한 반면 HSBC증권의 이정자 지점정은 현재 수준인 520대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20% 하락하는 조정과정을 거칠 것으로 내다봤다.
李지점장은『내년도 5대 재벌이 전환사채를 포함, 17조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는데다 생보사들이 하반기 대거 상장할 계획이어서 상당한 공급물량 압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ING베어링 증권의 빌 헌세이커 수석연구원은『부채비율이 높은 한국기업의 구조조정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등 근본적으로 변한 것이 없다』며 신중한 견해를 나타냈다.
한편 金이사는 외국투자자들이 포철 등 대형 우량주와 실적이 좋은 중소기업주를 매집하는 패턴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국제신인도 상향여부
내년초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사실 여부는 가봐야 안다는 입장이다. 李지점장은『내년 6~7월이나 가야 국가신용도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金이사는『국제신용평가회사의 한국신용도 상향전망은 그다지 외국인들에 호재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신용도가 올라갈지는 가봐야 안다』고 말했다.
외국투자자들은 국가신인도 상향전망 자체에 별다른 기대가 없으며 실제 국가신용도가 상향돼야 외국자본의 국내유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외국 증권사들은 내다봤다.
◆한국경제 진단·전망
한편 증시의 기반인 한국실물경제에 대해 외국증권사들은 내년 하반기이후 회복을 낙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적으로 몇가지 변수가 있다고 보고있다.
엥도수에즈 더블유아이카증권의 金이사는 『내수경기가 바닥을 쳤고 국내외 금리하락으로 기업활동 여건이 개선되면서 내년 하반기에 회복세로 돌아서는 U자형 형태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금융부문의 자본확충이 아직 완결되지 않았고 대기업 구조조정도 미지수로 남아있는 것이 한국경제의 걸림돌이라고 덧붙였다.
金이사는 또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 등 세계디플레에 따른 수요감퇴로 한국의 경제회복 돌파구인 수출이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金이사는 『5대 대기업의 구조조정도 이제 빅딜의 약속에 서명한 것일뿐 실행되는 과정을 지켜본다는 조심스런 입장이다』고 말했다. 해외변수와 관련 엥도수에즈 더블유아이카 증권의 이옥성 지점장은『미국의 증시불안, 일본의 경기부양여부, 중국의 위안화 절하 여부 등에 따라 한국경제의 회복속도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전문가들은 한국이 다른 아시아국가에 비해 구조조정속도가 빨라 장기적으로 한국경제를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