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상처와 그 치유 메시지 담아"<br>영화·설치·조각등 장르 경계 넘는 복합작업으로 명성<br>'인간' 주제 전시회 구성…한국 첫 인상 묘사 작품도
| '두개의 가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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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깃털 바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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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때 나치가 저지른 학살행위를 작품에 옮기면서 사죄와 치유를 위한 조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레베카 호른(사진ㆍ63)이 로댕 갤러리에서 열리는 한국 첫 개인전을 위해 방한했다. 함부르크 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그는 70년대 초반부터 영화ㆍ설치ㆍ조각ㆍ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식을 작품에 도입, 기존 미술의 장르적 경계를 뛰어넘는 복합적 작업으로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그의 작품은 파리 퐁피두센터, 런던 테이트 갤러리, 암스테르담 스테델릭 미술관을 비롯해 작가들의 꿈의 무대인 뉴욕 구겐하임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소개된 바 있으며, 1986년 미래지향적 미술전시인 '카셀도큐멘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세계 순회전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 '기계설치' 연작과 장편영화 3편 등 작가의 예술세계를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인간.
어린 시절 집 근처 폐허가 된 건물더미는 그에게 충격을 던졌고, 작가는 그 속에서 치유의 가능성을 봤다. 그는 "건물 입구는 막혀 출입을 할 수 없었지만 주변에 무성하게 자라는 나무ㆍ풀을 보고 닫힌 공간에 열린 마음이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라며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에게 그 고통과 상처를 보여주고 싶어 그곳에서 전시도 했었죠"라고 말했다.
전쟁으로 인한 '상처와 치유'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몸'으로 옮아간다. 1960년대 대학시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폴리에스테르와 유리섬유 등을 재료로 조각을 만들다 폐에 이상이 생겨 요양소 신세를 지면서부터다.
몸이 갇혀버리는 요양소 시절의 경험은 그의 작품 세계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후부터 그는 신체의 자유를 속박하거나 신체의 일부분을 연장하는 퍼포먼스에 몰두한다. 공작새 깃털과 붕대 등 특이한 의상이 작품 소재로 사용됐다.
그는 "육신이 죽은 후에도 깃털과 머리카락은 오래 남는다는 측면에서 좋은 소재"라며 "병원 사람들의 표정과 감성 그리고 치료를 받으면서 느꼈던 육체에 대한 관심을 동작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장에는 한국과의 첫 만남을 묘사한 작품도 있다. 바닥에 뒤엉킨 영화 필름과 지층의 온도를 재는 온도계를 조합한 설치작품 '시간은 흐른다'. 그는 "한국을 오는 항공기에서 본 한국 모습"이라며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바다를 보고 난 느낌을 살렸다"고 말했다.
한국의 굿에 대해서도 관심이 큰 그는 "2005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본 한국의 굿판은 거대한 에너지로 다가오더군요"라며 "나의 관심사이자 작품 주제인 몸과 정신의 치유와 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8월 19일까지. (02)2014-6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