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부터 柳ㆍ羅ㆍ李 등 한자 성(姓)을 호적에 표기할 때 류ㆍ라ㆍ리 등 소리나는 대로 쓸 수 있게 된다.
다만 일상생활에서 유ㆍ나ㆍ이 등으로 발음하고 써온 경우에는 호적상 성 표기를 정정할 수 없다. 호적상 한자 성의 한글 표기를 정정했더라도 주민등록증ㆍ여권 등의 표기를 고치려면 각 기관에 별도 신청해야 한다.
대법원은 한자로 된 이들 성을 호적에 한글로 기재할 때 맞춤법(두음법칙)에 따라 유ㆍ나ㆍ이 등으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 ‘호적예규’를 고쳐 류ㆍ라ㆍ리 등으로 쓸 수 있게 예외를 인정하는 개정 예규를 8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개정 예규의 적용을 받은 성은 李(리)ㆍ林(림)ㆍ柳(류)ㆍ劉(류)ㆍ陸(륙)ㆍ梁(량)ㆍ羅(라)ㆍ呂(려)ㆍ廉(렴)ㆍ盧(로)ㆍ龍(룡) 등으로 4,900여만 국민 가운데 23%인 1,100만 명에 이른다.
◇“두음법칙 강요는 인격권 등 침해” 소지= 대법원은 “성(姓)은 사람의 혈통을 표시하는 고유명사로 일상생활에서 본래 소리나는 대로 사용해 온 사람에게까지 두음법칙을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인격권 또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예규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일상생활에서 한자 성을 류ㆍ라ㆍ리 등 본래 음가대로 발음ㆍ표기해 왔다는 점을 증명하려면 주민등록 등ㆍ초본, 학적부, 졸업증명서, 문중 또는 종중의 확인서 등을 법원에 함께 제출하면 된다.
한글 표기 정정신청은 당사자나 같은 성을 쓰는 직계존속(부모ㆍ조부모 등)ㆍ비속(자녀ㆍ손자 등)이 할 수 있다. 직계 존ㆍ비속 중 한 사람이 나머지 모두를 위해 정정신청을 할 수도 있다.
다만 한 번 성 표기를 정정한 경우 입양 등 예외적인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재(再)정정할 수 없으며, 정정허가를 받은 사람의 자녀도 ‘부’ 또는 ‘모’의 한글 성과 일치시켜야 한다.
호적을 정정하려면 법원의 허가결정 등본을 받은 날부터 1개월 안에 등본을 첨부해 시ㆍ구ㆍ읍ㆍ면장에게 정정신청하면 된다.
신청은 당사자 본인의 본적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에 하며, 양식은 대법원 홈페이지(www.scourt.go.kr)의 ‘전자민원센터’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정당한 이유없이 정정신청기간을 넘기면 과태료를 받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잃어버린 성 되찾았다’ 환영= 柳ㆍ羅ㆍ李 등의 한글 성을 호적에 류ㆍ라ㆍ리 등으로 고칠 수 있게 된다는 소식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류수정(28)씨는 “공식 이름과 실제로 쓰는 이름이 달라 기분이 나빴다”며 공무원 시험서류부터 ‘류수정’이라고 당당하게 쓸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의 2년차 투수 류현진(20) 역시 언론 등에 ‘류현진’이 아닌 ‘유현진’으로 보도되면 다른 사람같아 기분이 좋지 만은 않았다고 한다. 류씨 부친은 “호적 한글표기 정정신청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류씨와 다른 유(兪ㆍ庾)씨가 따로 있음에도 1996년부터 성씨에 두음법칙이 적용되면서 같은 유씨로 불려 불만이 많던 류씨 종친회는 1,000년 넘게 이어 내려온 성씨를 되찾을 수 있게 됐다면 환영했다.
진주 류씨 대종회의 한 임원은 “말도 안 되는 규칙이 이제야 바로 잡히게 됐다”며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