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0.8% 감소했다는 것은 생활이 그만큼 팍팍하다는 뜻이다. 상반기 명목GNI가 4.7%나 늘어났는데도 실질GNI가 떨어진 것은 유가 등 석유관련제품의 가격이 뛰는 등 교역조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경제에서 실질이란 명목가치에서 소비자물가나 구매력 등 실제 경제활동에서 느끼는 가치를 의미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받는 월급은 늘었지만 돈값이 떨어져 생활하기는 그만큼 더 버거워졌다는 얘기다.
실질GNI는 지난 1ㆍ4분기(-1.8%)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2ㆍ4분기(0.2%)에 소폭의 상승세로 돌아섰다. 상반기 전체로는 –0.8%를 기록했다. 상반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7%였다. 이처럼 실질GNI가 실질GDP를 밑도는 현상은 지난해 2ㆍ4분기 이후 5분기째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상반기 실질GNI가 실질GDP를 밑돈 것은 반도체 가격이 떨어진 데다 국제원유 가격이 상승하는 등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국민소득의 실질 구매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분기 들어 반도체 가격이 다시 오르고 원유가격도 이라크 전쟁 이후 떨어져 실질GNI는 다소 개선되는 모습이지만 가격 경쟁력에선 여전히 밀려 2ㆍ4분기 실질 무역손실 규모는 21조8,486억원이나 됐다.
소비가 움츠리다 보니 그동안 줄곧 떨어지던 저축은 되레 늘어나는 통계의 착시현상도 나타나고 잇다. 지난 2ㆍ4분기 총저축률은 29.1%로 작년동기보다 0.3%포인트, 전분기보다 3.1% 늘었다. 그런데 이는 국민의 소득증가에 따른 것이 아니라 경기침체로 소비가 줄면서 상대적으로 저축률이 올라간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2ㆍ4분기 최종 소비지출증가율은 2.9%로 6.8%를 기록한 1ㆍ4분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특히 정부부문이 2ㆍ4분기 소비를 10%대로 유지한 반면 민간 부문 증가율은 1.8%로 제자리 걸음이었다”고 설명했다.
국내총투자율은 설비투자와 재고감소에도 불구하고 건설투자가 높은 증가세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포인트 오른 26.3%를 기록했다. 하지만 설비투자는 부진을 면치 못해 명목성장률이 –0.6%로 7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