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홍수에 "휴일도 쉴틈없어요"경남 창원시 성산동에 위치한 LG전자 디지털 어플라이언스본부.
에어컨ㆍ세탁기 등 백색가전(주방가전) 생산의 심장부다. 4,500명의 종업원이 식사를 하는 창원 제1공장 식당에 들어서면 배식구 정면으로 '할 수 있다- 글로벌 톱 3 달성', '강한 회사, 강한 인재들'이라는 플래카드가 한눈에 들어온다.
창원공장은 사내에서 '지난 10년간은 물론 앞으로 10년간도 LG전자를 먹여 살릴 '캐시카우' 사업부(구자홍 부회장)'로 꼽힌다.
지난 여름 성수기엔 이 공장에서만 하루 6,000개의 콘테이너 박스가 중남미, 유럽 등 전세계로 실려나갔다.
냉장고ㆍ전자레인지ㆍ세탁기 등의 생산라인은 밀려드는 주문 물량을 맞추기 위해 110~120% 풀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직원들은 하루 2시간의 잔업도 모자라 토ㆍ일요일에도 특근에 매달리고 있다.
비수기를 맞은 에어컨마저도 100% 풀가동하고 있으며 한달에 최소 한번이상은 토요 특근을 해야 한다. 홍대봉 경영지원팀 대리는 "성수기엔 일요일에도 회사 주차장에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디지털 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의 성장세는 올 상반기 실적에 그대로 나타난다. 매출은 2조8,3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4%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15.5%로 회사 평균(6.2%)의 2~3배에 달했다.
그렇다고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이 공장만 비껴간 것도 아니다.
김쌍수 사장은 "올 세계 백색가전 시장은 중국ㆍ중남미 등만 그나마 나은 편이며 주력 시장인 미국ㆍ유럽 등은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하이얼 등 중국업체의 저가 공세에 밀려 판매가가 10~15%나 떨어졌다"고 털어 놓았다.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는데도 이 사업본부는 올 매출이 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3조2,00억원)보다 31.6% 늘어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는 지난 90년(8,000억원)에 비해 무려 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창원공장 직원수는 1만명(정규직)에서 6,000여명으로 40%나 줄었다.
끝없는 혁신 활동이 자신감의 배경이다.
특히 제품 100만개 당 불량품을 3~4개이하로 떨어뜨리는 '식스 시그마', 회사전체를 태스크 포스팀으로 만드는 'TDR(Tear Down & Redesign)운동'은 최근 열린 'LG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서 모범 사례로 발표됐을 정도다.
성공에는 숱한 고난이 따르기 마련.
지난 96년 TDR을 시작할 때만해도 직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구조조정이 화두였던 당시 전체 직원의 40%에 달했던 TDR 팀원이 바로 그 대상이라고 의심했던 것.
또 직원을 빼앗긴 각 부서에선 일을 못하겠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하지만 최대 히트작인 '3면 입체 에어컨- 휘센'을 개발하는 등 TDR의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면서 직원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김사장은 "한달에 한번 이틀간에 걸쳐 150개 팀을 일일이 방문, 현황을 듣고 진행 상의 문제점을 해결해주고 있다"며 "TDR 활동은 이제 핵심 인재로 육성되는 지름길로 인식될 정도"라고 말했다.
불량율과의 전쟁인 '식스 시그마'는 세계 유수업체로부터 벤치마킹 요청이 잇따르지만 올해초 전략적 제휴를 맺은 일본 마쓰시타에만 공개하는 기밀로 자리잡았다.
LG는 앞으로 3년간 제품 원가를 30% 이하로 낮추는 '디지털 생산시스템(DMS)' 운동을 올해 새로 시작했다
정원역 에어컨 1라인 감독(계장)은 "지난 99년 1.76대였던 1인당 에어컨 생산량을 내년엔 3.0대로 늘리는 등 '극한 원가' 확보로 중국 등 저가품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원=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